노동 환경 개선? 노동 표퓰리즘?
노동 환경 개선? 노동 표퓰리즘?
  • 이정온 기자
  • 승인 2022.05.10 12:52
  • 호수 14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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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노동이사제
출처: 매일노동뉴스
출처: 매일노동뉴스

● [View 1] 공인노무사 A 씨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현장 노동자들이 작업중지권과 생명·안전 보호를 위한 관련법 제·개정 투쟁을 선포했다. 이를 보며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지난 1월 11일,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처우가 점차 나아질 전망이다.


독일 기업들의 경우, 감독이사회는 법률상 주주 측 대표로 선출되는 감독 이사와 근로자 측 대표로 선출되는 감독 이사로 구성돼야 한다. 이를 통해 회사의 경영 의사를 노사 공동결정으로 달성하고 근로자 측 인사를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감독이사회에 참가시켜 노동자들이 기업과 소통하며 함께 기업 경영을 이끌게 한다. 우리나라 또한 노동자들과 기업 간 소통, 정보 공유 창구를 열고 노동 환경 개선을 실천해야 한다.


노동이사제는 노사의 소모적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노사관계 발전 모델을 만들어 파업과 같이 갈등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2016년 기준 OECD 가입 30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갈등 지수 산출 결과, 한국은 세 번째로 높았다. 갈등 지수를 높이는 원인으론 노사 갈등과 소득 불평등 논쟁이 일어나는 경제 분야가 3위로 꼽혔다. 노동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실적이나 재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곧 회사의 경영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면 노사 갈등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 [View 2] 한국경영자총협회원 B 씨


노동이사제에 이어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전임자의 유급 근로 시간을 면제하는 ‘타임오프제’가 최근 ‘노동 표퓰리즘’이라는 비판을받고 있다. 지금은 공공기관만 운영하는 것으로 제한을 뒀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민간기업에도 적용하자는 요구가 나올 것이다. 노동이사제의 대표적 모델인 독일은 기업마다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가 별도로 존재하고, 노동이사는 감독이사회에만 들어가는 구조다. 독일과 달리 한국 기업에는 경영이사회만 존재한다. 회사의 경영 관리 및 업무 집행에 관한 의사 결정을 위해 구성된 이사회에 노동이사를 들인다는 건 사실상 노동 대표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동이사는 기업의 이사 역할 수행보다 노동조합의 이익을 반영하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충청도 산하 공공기관에서는 노동이사가 교섭에 권한을 위임한 대리자를 2~3차례 내보내고 실무협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뒤집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 노동이사제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경영 위기가 닥쳐도 노동이사제로 인해 구조조정이나 인력감축을 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선진국에서도 노동이사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는 흐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방 공기업 70여 곳에서 100여 명의 노동이사를 활용해본 결과,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10여 명의 이사 중 단 1명뿐인 노동이사는 투명 인간 혹은 거수기에 그치는 사례가 다반사다. 심지어 노동이사는 비상임이라는 점에서 정보 접근이 어려워 경영 참여에도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근로자의 경영 참여는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노동이사제는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와 경제 민주화를 위한 제도다.


노동자 신분으로 이사회에 들어가게 될 경우 근로자와 경영자 입장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제도를 위한 제도로써 노동이사제가 운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리단체인 회사에서 효율성이 아닌 도덕률을 강조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국가마다 다르게 형성된 기업지배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노동이사제를 수용할 수는 없다. 노동이사 임기 중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는 것과 같이 제도적 보완은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은 이제껏 불필요하고 장기적인 노사 갈등이 잦았다. 결국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처우 개선과 투명한 기업 운영의 필요성이 있다. 노동이사제를 무작정 수용하거나 비난할 것이 아닌, 제도의 도입으로 노사 갈등과 경영 구조에 대한 과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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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i092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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