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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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 영 재
  • 승인 2004.04.16 00:20
  • 호수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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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처방
임 영 재 교수
<문과대학·인문학부·영어영문학전공>

플라톤의 목민심서

플라톤은 Republic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양치기에게 가장 어처구니 없고 수치스러운 일은 양 몰이를 돕는 개가 훈련 잘못이나 배고품 때문이나 또는 잘못된 습관 때문에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양을 공격하여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백성을 보호하고 백성에 봉사해야 할 국회의원, 공무원등과 같은 공직자들이 목민관(牧民官) 으로서 해야 할 본분을 망각하고 권력을 이용해서 부정부패를 자행하는 등 국민을 괴롭히고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일을 빗대서 한 말이다.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처방으로 그는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더불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공직자들의 소유 재산이나 집은 공복으로서의 최선의 공무수행을 해칠 정도로 화려한 수준이 되어서도 안되고, 백성을 수탈하고 싶은 유혹을 일으킬 정도로 너무 빈한해서도 안된다고 말하면서 바람직한 공직자의 생활 방식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열거한다.
첫째, 공직자는 필수불가결한 수준 이상의 개인 재산을 절대 소유하지 않는다.
둘째, 공직자는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지 않은 집이나 창고는 소유하지 않는다.
셋째, 공직자는 절제하고 용감한 병사들에게 요구되는 수준으로 연말에 남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양 만큼의 양식을 봉사의 대가로 받고 전쟁터의 병사들처럼 공동의 식당을 이용하는 등의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
넷째, 공직자는 신이 부여해준 금과 은을 마음속에 소유하고 있으므로 세상에서 통용되는 금과 은을 필요치도 않으며, 마음속의 신성한 금은을, 많은 불경한 행동의 원천인 세속의 금은으로 오염시켜서도 안 된다.
이와 같이 철저한 청백리 적 청렴심과 순수하고 고귀한 무사욕(無私慾)의 봉사정신 속에서 투명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는 공직자들은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니라 국가도 구원한다고 플라톤은 말한다.
반면에 공직자가 개인 소유의 땅이나 주택 등의 재산 습득 등 재산 증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들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목민관(牧民官)이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안위만을 추구하는 가장(家長)이나 농부로 전락될 것이고 그 결과 그들은 시민의 공복에서 시민의 적이나 폭군으로 변신될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들을 필연적으로 미워하고 미움 받고, 음모하고 음모의 대상이 되는 와중에서 외국의 적보다도 자국의 다른 사람들을 훨씬 더 두려워하면서 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직자 자신은 물론 국가도 머지않아 파산될 것이라고 플라톤은 경고한다.

물론 2천 4백여 년 전에 플라톤이 목민관(牧民官)들에게 권유했던 생활 방식을 자본주의 체제 하의 오늘의 공직자들에게 문자 그대로 따르도록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목민관(牧民官)에게 요구되는 근본정신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플라톤의 경고를 오늘의 공직자들에게 요구되는 수칙의 관점에서 표현한다면 첫째 청백리 정신, 둘째 재산의 투명성, 셋째 남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의 적정한 청, 넷째 무사욕(無私慾)의 봉사정신으로 바꿔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공직자들이 이러한 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공직자 자신뿐 아니라 나라도 파산될 것이라는 플라톤의 경고는 마치 오늘의 우리의 현실을 예견하고 한 말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직자들 특히 십만 선량(選良)이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가슴속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경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어려운 경제적 위기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정치인들의 한심한 작태를 볼 때 더욱 뼈저리게 우리의 폐부를 찌르고 있다. 힘겨운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 누구보다도 앞장서 노력해야 할 정치인들이 과도한 사욕에서 기인된 이른바 차떼기 식 부정부패와 불필요한 소모적 정치 싸움으로 오히려 나라의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플라톤의 경고는 우리의 정치인들과 모든 공직자들에게 영원한 계명으로 살아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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