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의 탄생, 생태 시민의 시대가 온다
신인류의 탄생, 생태 시민의 시대가 온다
  • 윤상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22.05.31 13:25
  • 호수 14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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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생태 시민의 등장
▲ 생태 시민의 등장으로 완성되는 전염병 시대의 민주주의 모습이다.<출처=카이샤뱅크리서치>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 보고서를 통해 모든 학습자가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개인과 공동체, 지구의 안녕(Well-being)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규정했다. 개인의 안녕은 공동체와 지구의 안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세계가 인식한 것이다. 


한편 2020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2030년의 세계」 설문조사를 통해 세계시민이 마주하게 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67%) ▲폭력과 갈등(44%) ▲차별과 불평등(43%) ▲식량과 물, 주택 부족(42%) 등을 도출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및 과학 분야의 국제 협력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95%의 세계 시민이 국제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했으나 우리 세계가 공동의 도전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지 25%만이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논의가 확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적인 경기 회복과 함께 되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배출량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다면 인류를 위한 22세기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옥스퍼드 대학 철학과 교수 토비 오드는 자신의 책 『사피엔스의 멸망』에서 “100년 안에 인류가 멸망할 확률은 6분의1”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팬데믹의 어원이 그리스어 ‘판(Pan)’과 ‘데모스(Demos)’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자연과 문명을 넘나들어 ‘모두’의 의미를 지닌 판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을 대표하는 ‘시민’의 의미를 지닌 데모스가 만나면 곧 ‘생태 시민’이 된다. 즉 팬데믹의 유일한 해결책은 생태 시민이다. 생태 시민이란 무엇인가? 전 지구적 기후 위기 상황에 대한 민감성과 책임감을 갖고, 생태환경의 문제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을 말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며 삶의 주체로서 다양한 자연∙사회 현상을 탐구하고 일상의 문제해결에 참여해 민주시민으로 나아간다면, 존엄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부여되므로 특정 이념과 논리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지 않고 서로 포용·연대하는 것을 통해 세계시민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존엄의 가치를 비인간 존재로 확장해 모든 생명체가 지구라는 시스템의 구성원으로서 상호의존적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제야 인류는 생태 시민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학교는 불을 끄는 곳이 아니다. 기후 위기를 포함해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난제들을 학교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학교는 아이들을 아비규환의 세상과 분리해냄으로써 혈연, 지연, 성별, 피부색, 장애의 유무 등으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이 아이들의 미래를 잠식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 교육'이 필요한 유일한 이유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천천히’라고 말해야 한다. 유예된 시간 동안 아이들이 책임 의식을 지니고 공동체의 갈등과 딜레마를 조정하며 생태 문명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그때 우리는 생태 시민의 등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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