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게 주어진 최후의 보루마저 빼앗아야 하는가
약자에게 주어진 최후의 보루마저 빼앗아야 하는가
  • 신동길 편집장
  • 승인 2022.09.06 14:21
  • 호수 149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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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녹음 금지법

◇ 지난달 18일 윤상현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의원 11명이 상대방 동의 없는 대화 녹음을 금지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들은 통화녹음이 사생활의 자유와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헌법이 명시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반한다며 그 취지를 밝혔다.

 

◇ 현행법에선 도청과 감청을 막기 위해 대화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제3자의 녹음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녹음 당사자가 대화에 참여하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상대방의 사생활 침해보다 당사자를 보호하고 공익을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대화 당사자의 녹음도 위법 사유로 규정한다.

 

◇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사자가 포함된 대화에 도청과 감청 따윈 없다. 단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삼기엔, 녹음을 통해 많은 약자가 강자들의 갑질과 비위 행위로부터 본인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 재벌가의 회장이 가사 도우미에게 쏟아냈던 막말과 욕설, 언론사 대표의 자녀가 운전기사에게 퍼부은 반말과 폭언 등은 모두 녹음을 통해서 사회에 알려졌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사회는 경각심을 가졌고, 가해자들은 사죄했다. 

 

◇ 이렇듯 약자들에게 통화녹음은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권리를 침해받던 그들은 이를 통해 사회의 악습과 적폐를 끄집어냈고, 권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녹음이 없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다.

 

◇ 발의자들이 지키고 싶은 권리는 무엇인가. 지금도 곳곳에선 많은 약자가 강자들의 휘둘림에 위태로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발의자들에게 묻고 싶다. 정녕 그들에게 주어진 최후의 보루마저 빼앗고 싶은가.

신동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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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나그네 2022-09-06 23:57:28
용두용미의 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