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필수교육을 외치다 ④ 성인지
청년들, 필수교육을 외치다 ④ 성인지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연합취재팀
  • 승인 2022.11.08 14:41
  • 호수 149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지 교육 강화로 성적(性的) 안전망 강화해야
출처:데일리연합
출처:데일리연합

청년들의 성인지 감수성 실태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202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폭력 예방 교육 수강자 약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사람과 성관계하는 건 성범죄다’란 항목에 13.2%에 달하는 20대 남성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대학 내 발생 성범죄도 증가 추세다. 지난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대학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내 성범죄는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학에선 학생들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와 성범죄 예방을 위해 성인지 교육을 시행하나 그 효과엔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성인지 감수성’ 
‘양성평등기본법’은 성인지 교육을 ‘모든 사회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능력을 증진하는 교육’으로 정의한다. 성인지 교육은 ‘성평등한 시각에서 일상의 성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능력’을 향상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데, 이 능력이 바로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요구된다. 한양대 허수연(사회복지) 교수는 “성인지 교육을 통해 신념이나 태도 등 인식의 영역에 숨어있는 성차별과 불평등을 알아차릴 수 있다”며 “나아가 여성과 남성을 구조적으로 다르게 범주화하는 현실을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 자율 운영과 미비한 인식
많은 대학생이 학내 성인지 교육의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연합취재 자체 설문 조사 결과 대학 내 성인지 교육이 ‘효과적이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28%에 불과했다.

연합취재팀 자체 설문조사(기간: 10월 17일 ~ 10월 28일, 수도권 소재 대학생 204명 응답)
연합취재팀 자체 설문조사(기간: 10월 17일 ~ 10월 28일, 수도권 소재 대학생 204명 응답)

대학 내 성인지 교육은 사실상 대학 자율에 맡겨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정책에 따라 성평등, 성폭력 및 성매매 예방, 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포괄한 ‘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폭력예방교육은 앞서 언급된 4개 영역에 대한 교육을 균형 있게 실시하되, ▲2차 피해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데이트폭력 예방 교육도 포함 가능하다는 점에서 포괄적 성인지 교육에 해당한다. 현재 교육부는 학생들이 해당 교육을 연 2시간 이상 수료할 것을 권고하는 데 그치고 있다. 수도권 대학 20곳을 조사한 결과 여가부 권고 사항 외 별도로 해당 교육을 의무화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우리 대학 또한 성폭력 예방 교육의 학생 참여율이 59%밖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성인지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 정영은 전문강사는 “우리 사회는 교육열에 비해 성인지 교육과 같은 인권 교육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성차별이나 불평등 같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인지 교육에 책정된 예산 또한 부족하다. 교육부의 ‘2021년 대학 성희롱·성폭력 전담 기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1년 평균 인건비를 제외한 성희롱·성폭력 전담 기구의 연간 예산은 ‘1천만 원 미만’인 경우가 77.3%로 가장 많았다. 한양대 인권센터 김진이 교수는 “성인지 사업 예산이 편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학 내에서도 교육이 필요하단 인식이 미비하다”고 말했다.


성인지 교육은 성인지 개념이 확립되는 청년기에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청년기엔 본인이 가진 성 지식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성평등 인식을 체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폭력 예방 교육 담당 서울대 인권센터 박홍규 전문위원은 “대학에서 겪는 경험과 그 속에서 이뤄지는 배움은 인생 전반의 가치와 신념 등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성인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학 내 성인지 교육, 선택 아닌 필수
성인지 교육은 대학 내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 성인지 교육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함양한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등의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발표된 ‘대학생의 성인지 감수성이 위력 성폭력 인식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선 성인지 감수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에 더 많이 공감한다고 밝혀졌다.


대학 내 성인지 교육은 교육 대상자의 참여를 증진하고 타 학문과 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 위원은 “학생들이 상호 존중의 자세를 갖고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학문과 성인지 교육을 함께 다루며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교육부와 여가부는 대학 내 성인지 교육을 의무화하고 교육 지침을 제작해 공포해야 한다. 현재 대학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 지침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등을 위한 성인지 교육 교재’,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의 ‘공익활동가 젠더교육 매뉴얼’ 등 특정 집단에 특화된 교육자료가 마련돼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대학 내 성인지 교육 지침엔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목표와 실행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허 교수는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성차별 이슈를 고민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고려해 지침을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