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겪는 심리적 반응
이별 후 겪는 심리적 반응
  • 송새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08 14:38
  • 호수 14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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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이별의 5단계
▲이별 후 4단계인 슬픔을 느끼고 있다.
▲이별 후 4단계인 슬픔을 느끼고 있다.

예기치 못한 이별은 우리 마음에 큰 충격을 가져온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상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혹하기만 하다. 감정을 추스르기도 전에 학교에 가거나 출근해야 하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 입맛은 없지만 먹어야 하며 힘들지만 잠도 자야 한다. 이렇게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 내다보면 어느 날 문득 괜찮아진 자신을 발견하며 놀란다. 아픔을 겪은 직후에는 과연 이 마음이 ‘괜찮아지긴 할까’ 싶지만, 다행히도 대부분 현실을 받아들이며 일상을 회복한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이별에 관한 이론에 따르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지독한 상실의 고통은 ‘부인-분노-협상-우울-수용’의 5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회복된다. 단계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1단계는 현재 상황은 인정하지 않는 ‘부인’이다. 사랑이 식었다는 연인의 말을 듣고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여전히 나를 사랑하면서 핑계 대는 게 분명해’와 같이 현실을 부정한다.


2단계는 일이 생긴 것에 대해 화를 내는 ‘분노’의 단계다. ‘네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 혹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라며 상대 내지 세상을 원망하는 단계다.


3단계는 ‘협상’을 시도하는 단계다. 상실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돌이킬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해보고자 하는 단계다. 주로 신에게 현재 상황을 두고 협상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앞으로 교회도 안 빠지고 열심히 나갈게요’와 같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4단계는 ‘우울’로, 보다 분명하게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 슬픔이 가장 주된 감정으로 자리 잡으며 혼자 있고 싶어 하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떠난 자리의 공허함과 상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시기다.


마지막 5단계는 현실을 인정하고 적응하기로 마음먹는 ‘수용’이다. 슬픔이 바로 사라지진 않겠지만 더 이상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 ‘내가 이러고 있는 걸 아시면 더 슬퍼하실 거야’라고 생각하며 상실을 받아들이는 단계다.


다섯 단계가 반드시 순서대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각 단계에서 이전 단계로 퇴행이 일어나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단계를 느끼기도 한다. 각 단계에 따라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별을 겪은 당사자라면 현재 자신이 보이는 혼란스러운 반응이 지극히 정성적이라는 걸 이해하고, 지금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 억지로 감정을 누르기보다는 단계별로 느끼는 감정은 모두 옳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상실의 아픔 앞에 모든 감정은 정당하다.


주변에서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빨리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수용 단계를 은연중에 강요하기도 있다. 충분한 시간을 거치지 못하면 오히려 더 깊은 마음의 상처가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당사자가 회복되기 전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본인은 위로라고 생각해 던진 말들이 자칫 애도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방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위로의 말은 신중해야 한다. 거창한 말이나 행동보다는 ‘네가 필요하면 언제든 난 그 자리에 있다’는 안정감이 최고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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