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장자에게서 배우는 지혜
자유분방한 장자에게서 배우는 지혜
  • 김원중(한문교육) 교수
  • 승인 2022.11.22 16:04
  • 호수 14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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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한문교육) 교수
김원중(한문교육) 교수

 

『장자』는 약육강식의 생존 전략이 난무하는 전국시대 사상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도가의 책이다. 지은이 장자의 시선은 냉정하며 풍자와 해학이 일품이다. 장자가 던지는 화두는 겉으로 보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식의 말 같지만, 읽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설득당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자유분방한 장자는 노닒을 뜻하는 ‘遊(놀 유)’라는 글자를 통해 특유의 개방적 세계관과 구속됨이 없는 삶을 지향한다. 무한하고 거시적인 자연의 세계에 비해 한없이 보잘것없는 인간의 한계를 질타한다. 장자는 인간의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난 모든 사물이 동등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제물론」에서는 “오리는 다리가 비록 짧지만, 그것을 이어주면 오리가 근심하고, 학은 다리가 비록 길지만, 그것을 짧게 끊어주면 학이 슬퍼한다”고 말한다. 오리와 학이 저마다 다 기능이 있어 몸에 맞도록 태어나서 살아가기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절대 불변의 진리인 듯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우스꽝스러운 것임을 일깨워준다. 장자는 인위적으로 어떤 한 가지에 매달리지 말고 자연의 섭리인 자연의 도에 따라 순리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주장하면서 소 해체의 달인 포정(叔丁)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 제가 소를 해체할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체의 소가 아닌 게 없었습니다. 3년이 지난 뒤에는 전체의 소는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정신으로 소를 대하고,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감각기관의 지각이 멈추고, 정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 움직이면 자연의 이치를 따라 큰 빈틈을 치며, 큰 공간에 칼을 움직여 본래의 상태를 따르니 칼 쓰는 기술이 뼈에 붙은 살이나 힘줄을 지나는데, 조금도 상하게 하지 않으니 하물며 큰 뼈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중략) 지금 제 칼은 19년이나 되었고, 수천 마리의 소를 해체했는데도 칼날이 마치 숫돌에 새로 갈아낸 듯합니다.” - 「제물론」중 


억지 부림 없이 담담한 노력으로 꾸준한 집념을 가진 포정은 달관한 태도로 소를 해체하는 기술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덧 해체의 달인이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19년이나 갈지 않았어도 날이 서 있다는 다소 과장하는 말을 통해 결실은 한 길을 파면서 절대 무리하지 않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진리를 말해준다. 


과욕을 부리다 보면 무리가 따르게 되고 근심하고 안달하면 될 일도 이뤄지지 않는다. 세상을 좀 더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치열한 삶의 길목에서 한 번쯤 벗어나 상대를 바라보자. 또한 정해진 틀을 벗어난 자유로움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을 모색해 보는 것도 삶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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