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면서 투박하게 배우는 학생기자의 길
깨지면서 투박하게 배우는 학생기자의 길
  • 이다경 기자
  • 승인 2023.03.21 15:46
  • 호수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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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게 좋아서 신문을 만든다는 건 어폐가 있는 말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처음 수습기자에 지원했을 때를 생각하면 황당해서 코웃음이 먼저 나온다. 뭘 쓰고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었다. 신문에 실을 글이 어디서 오는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신문은 말로 완성되는 일이었다.


본지 오피니언 면을 장식하는 ‘웅담’ 코너는 수습기자의 무작위 길거리 인터뷰를 원칙으로 한다. 수습기자에게 인터뷰를 위한 담력과 순발력을 길러주기 위해 대대로 내려오는 방식인데, 기자는 수습 시절 웅담 취재를 하며 그만둘까 고민을 거듭했다. 내성적인 기자에게 이러한 길거리 인터뷰는 재앙처럼 느껴졌다. 첫 취재에 나섰을 때 말을 걸 용기를 얻기 위해 한 시간 동안 교내를 걸어 다녀야 했다.


게다가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각 부처와 부서에 전화를 돌려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 잦았다. 이메일을 보내도 수신이 확인되지 않으면 전화기를 들어야 했다. 기사를 맡고, 글을 쓴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


평생 해보지 않을 일들이었다. 아무리 생각할수록 남의 손을 빌리거나 기피하기에 급급했을 업무뿐이었다. 특히 이번 음식물가 교내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도 기자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식당 목록을 찾아 전화를 걸고, 갑자기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사장님께 말을 걸고, 기사를 위해 인터뷰 한 마디를 부탁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안녕하세요, 단국대학교 학보사 단대신문에서 나왔습니다.” 자동 응답기처럼 되풀이되는 말투가 익숙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명함을 건네고 자기소개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름과 나이를 묻고, 웃으며 말에 꼬리를 잡아 덧붙일 수도 있었다.


좋은 일을 한다며 학교 앞 빵집 사장님께 빵을 선물 받았다. 밥집 사장님께 요구르트를 하나 건네 받았다. 그 순간 기자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익숙해졌다는 것, 반복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이 일을 그렇게 될 때까지는 해보았다는 것. 빵을 먹고 걸어가며 대답을 정리하는 동안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스쳤다. 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함께 기자를 훑고 지나갔다. 


글이 글이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말이 글이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은 일이다. 너무 많은 변수와 부담감을 동반한다. 꾸며낼 수도, 지어낼 수도 없는 법이다. 진실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할 거 있나? 해낼 수 있는 거다. 기자는 그 사실 역시 부딪히고, 깨어지면서 투박하게 배워나갔다. 직접 경험하며 알아낸 신문을 향한 두 사실과 함께, 오늘도 기자는 기사를 써나가겠다고 다짐한다.

이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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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krud987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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