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너머에 죽음이 있다… “유해 정보 차단 필요”
모니터 너머에 죽음이 있다… “유해 정보 차단 필요”
  • 이다경·서희·신이수·이승민
  • 승인 2023.09.19 15:50
  • 호수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빨간불’… 늘어나는 ‘극단적 선택’

세계 최악의 1위 ‘오명’
각종 매체는 매일 다양한 사건·사고와 그 안에서의 불가피한 사상자의 발생을 보도한다. 피상적 관점에서 우리는 다수가 사건·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 에 따르면, 질병을 제외한 사망 원인 중 고의적 자해(극단적 선택)의 비중이 가장 높고, 2021년을 기준 우리나라 극단적 선택 사망자 수는 1만 3352명이다. 같은 해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916명을 기록했으나, 2000년부터 2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계는 안전이 보장된 사회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다
극단적 선택 사망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연령층은 20~39세 청년층이다. 20~39세 청년층은 2016년 22.5%라는 비율보다 3.1%p가 증가한 25.6%를 기록했다. 청년층의 극단적 선택 문제는 다른 세대보다 심각하다. 20대의 자살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의 자살률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43.9%라는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다른 연령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률이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도 우리나라의 극단적 선택 문제는 심각하다. 2018~2020년에 걸쳐 조사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에서 1위를 차지했고, OECD 평균 자살률인 11.1명의 두 배를 넘는 23.6명의 자살률을 보이는 현실이다.

 

어디에서나 보이는 죽음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단연 ‘미디어’다. 이제는 OTT 서비스, SNS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미디어를 접할 수 있다. 접근성과 확산성이 우수한 ‘미디어’의 세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이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함께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러스트 이다경 기자
일러스트 이다경 기자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한 2018년 실태조사에서 극단적 선택 영상물의 극단적 선택 시도 조장 경향에 대해 72.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극단적 선택 장면’을 보고 다수의 사람이 충동과 자극을 느꼈다는 것이다. 2021년 한국존중희망재단 미디어협력팀에서 발행한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을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에서는 영상콘텐츠에 등장하는 ‘극단적 선택 장면’을 ‘국민 패널단’이 모니터링을 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 패널단은 ‘극단적 선택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노출돼 전체적으로 불안한 감정을 느꼈다’, ‘멋진 행위처럼 보였다’, ‘1년 전 직접 찾아서 본 드라마였는데, 아직까지 극단적 선택 장면 드라마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인 것 같다’ 등 자살 장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설명했다.


극단적 선택 관련 정보가 아무 규제 없이 방송과 OTT로 뻗어나가는 것은 아니다. 영상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 4원칙은 영상콘텐츠에서 분별한 유해 정보 확산을 방지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4원칙으로, 방법과 도구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음, 극단적 선택을 문제 해결 수단으로 제시하거나 미화하지 않음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2022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처음으로 콘텐츠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영상 콘텐츠 자살 장면 가이드라인을 미준수한 영상 40건을 신고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이 존재의 유무에 발맞춰 창작자가 극단적 선택을 다루는 의식의 차이는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SNS의 성행과 유해 정보 확산
창작물의 극단적 선택 관련 정보 노출과 더불어 SNS의 성행 또한 자살률 상승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최근 SNS 라이브 방송으로 극단적 선택 사고 장면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대중은 또 한 번 제지되지 않은 유해 콘텐츠를 접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살유발정보 점검단 ‘지켜줌인(人)’은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및 신고를 연중 상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신고 건수는 총 23만 4,064건으로 2021년 신고 건수인 14만 2,725건과 비교해도 월등히 올라간 수치다.


기자는 이러한 SNS 유해 콘텐츠의 현황과 그 파급력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사용자가 많은 SNS인 인스타그램과 X(전 트위터), 유튜브에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키워드를 넣어 검색했다. 처음으로 검색된 게시물을 보여주기 전 ‘도움이 필요하세요?’라는 문구의 알림창을 먼저 볼 수 있었다. 알림창을 닫고 확인한 게시물은 대체로 단지 ‘XX각’과 ‘XX쇼’같은 진심이 아닌 표현이 대다수였지만 중간중간 극단적 선택이나 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관련 사진을 올리는 등의 게시글과 해당 게시글에 찍힌 많은 개수의 ‘좋아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유해 콘텐츠와 조우하다
그렇다면 이런 SNS 속 유해 정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닿는 것일까? 대부분의 SNS에는 유해 콘텐츠가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해하고 불법적인 내용을 골라내는 일을 하는 ‘콘텐츠 모더레이터’라는 직업이 존재한다. 메타의 경우 본사에서 콘텐츠 검토업무를 담당하며 자체 인력과 외주 인력을 번갈아 가며 운용하고 있다. 카카오(다음)의 경우도 자체 전담 조직과 운영 자회사를 통해 유해 콘텐츠 필터링 업무를 병행 운용한다. 이들은 AI와 이용자 신고를 통해 1차로 걸러낸 유해 콘텐츠를 전담 인력이 2차로 리뷰하는 방식으로 유해 정보를 걸러낸다. 

일러스트 윤예원 기자
일러스트 윤예원 기자

그러나 일차적으로 걸러진 정보라 하더라도 최종적으론 사람이 확인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콘텐츠 모더레이터들은 심리적,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업 내부의 자체 인력이 아닌 외주 인력의 경우 기업 차원의 건강검진이나 심리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의 사내 복지 혜택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지난 3월 틱톡의 전 계약직 모더데이터들은 유해 콘텐츠에 지속적이고 과도하게 노출돼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겼으나 틱톡 측의 보호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틱톡과 모기업 바이트댄스를 상대로 소송을 건 사례가 있다. 이들은 정신적 피해 보상과 함께 직원을 위한 의료기금 설립을 요구했다. 이처럼 유해 콘텐츠로부터 대중을 보호하는 콘텐츠 모더레이터에게도 유해 정보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당연한 것을 지키는 사회가 돼야
과거 화제가 됐던 인터넷 ‘자살카페’보다 SNS 플랫폼에서 더 쉽게 죽음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 인스타그램과 X에서는 극단적 선택 예방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기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 등의 콘텐츠가 신고 접수됐을 때, 당사자와 직접 접촉하여 관련 기관의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하는 등의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특히 X는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지만, 방법에 관해서는 언급을 피해야 한다며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지난 4월 여고생의 죽음이 생중계되는 등 실시간적 확산에 대한 대응은 미흡한 상태이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사용자 권리 보호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자, EU(European Union)는 지난 2020년 6월 ‘Digital Services Act Package’를 발표했다. 우리 정부 역시 SNS 플랫폼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시행을 고려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라이브 방송의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첨단기술 프로그램의 개발을 지원하고 모니터링 요원 파견 의무화 등의 정책을 통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SNS를 둘러보면 ‘XX각’, ‘한강물 온도’와 같이 죽음을 암시하는 표현이 만연하다. 이러한 어구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우리 사회가 죽음을 가벼이 다루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기에 ‘우리가 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 윤리 과목에서 언급하더라도 평가를 위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주입식 자살 예방 교육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문제’가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상담이 아닌, 인간과 관계 그 자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의 구성원을 건강하게 길러내고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닐까.

 

※이 기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인터넷신문위원회의 도움으로 작성됐습니다.

 


이다경·서희·신이수·이승민 기자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