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농업, 스마트팜으로 미래의 식량을 말하다
똑똑한 농업, 스마트팜으로 미래의 식량을 말하다
  • 박나린·구예승·이승민 기자
  • 승인 2023.10.12 15:00
  • 호수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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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전쟁과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식량 수출국이 보호무역을 취하며 농산물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우려가 커졌다. 수입농산물의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의 밥상 물가 역시 더욱 불타는 가운데 자급생산율을 높이고 식량난을 대비하기 위한 스마트팜이 주목받고 있다. 기자는 새롭게 우리 식탁을 책임질 농산물을 심층 취재하기 위해 상도역에 위치한 스마트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중무휴 식물공장
스마트팜(Smart Farm)은 ‘영리한’이라는 뜻을 가진 스마트(Smart)와 ‘농장’이라는 뜻을 가진 팜(Farm)의 합성어로 지능형 농장이라고도 불린다. 비닐하우스·유리온실·축사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농장이다.

 

기자들이 스마트팜 운영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자들이 스마트팜 운영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스마트팜은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해 실내에서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으로 365일 최적의 생육환경을 갖춘다. 재배 과정이 빅데이터에 저장되기 때문에 재배할수록 더 정확한 환경을 찾을 수 있으며, 자동화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원격관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더불어 에너지와 양분을 종전보다 덜 투입하고도 농산물의 생산성과 품질 제고가 가능하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아 농업 인력 부족의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도심 속 스마트팜 체험기
기자는 메트로팜으로 스마트팜을 접했다. 지하철역 내에 위치한 스마트팜을 칭하는 메트로팜은 생산지와 수요지가 일치해 적은 운송비용과 용이한 수급 조절이 장점이다. 서울에는 ▶답십리역 ▶상도역 ▶을지로3가역 ▶천왕역 ▶충정로역 총 5곳에 스마트팜이 위치한다. 삭막한 역사 내부의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서울교통공사와 팜에이트(주)가 함께 운영한다. 대부분의 메트로팜은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 환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체험을 위해 기자는 상도역에 위치한 ‘Farm8 팜아카데미(이하 팜에이트)’에 방문했다. 겉으로 보기에 일반 카페와 흡사한 모습인 팜에이트는 실제로 친환경 카페를 함께 운영해 상도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며,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작물로 만든 샐러드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팜에이트의 외관을 촬영하다 마주친 남윤영(31) 체험담당자를 따라 들어간 카페는 푸른 식물들로 가득했다.


외부 오염을 막기 위해 머리망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카페 내부의 체험 장소로 향했다. 넓고 깔끔한 재배실의 모습은 반도체공장을 연상케 했다. 팜에이트는 약 80평의 재배실에서 일주일에 200kg, 월에 1톤 정도를 평균적으로 생산하는데, 스마트팜의 연간 생산량은 8단재배 기준 노지 대비 약 90배다. 게다가 일반농가에서 60일가량 소요되는 재배가 40~45일 만에 가능하다.


재배실에서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LED 조명이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장에서 LED 조명은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제공하고, 품종과 성장량에 따라 여러 가지 LED 색을 사용해 작물의 성장을 책임진다. 남 담당자가 보여준 환경 데이터 박스는 상도지점만의 환경 데이터를 모두 축적해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는 온실을 둘러보다 문득 스마트팜의 확산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팜이 기존의 농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하다면, 농민들의 생계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스마트팜 시장에서도 이러한 점을 우려해 샐러드 위주의 외국 품종을 기르며 일반농가와의 상생에 힘쓰고 있다.


팜에이트에서 재배하는 작물의 종류를 묻자, 그는 “샐러드 채소 40가지를 포함한 100여 종의 스마트팜 재배 기술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팜은 미래의 식량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자체 야채 수급이 어려운 쿠웨이트 고온 지방이나 몽골에서도 스마트팜을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팜에이트는 식물의 가공부터 유통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하는 채소가 우리 식탁으로 오기 위한 여정의 첫 시작은 ‘씨앗 심기’이다. 씨앗은 스펀지에서 뿌리를 먼저 내린 후 넓은 판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을 두 번 진행하는데, 차례로 ‘이식’과 ‘정식’이라 일컫는다. 각각 약 13일의 시간이 지나면 푸릇푸릇한 식물을 수확할 수 있다. 대형공장인 만큼 이후 가공 과정 또한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스마트팜에서 작물을 기르고 있다. 제공: Farm8 팜아카데미
스마트팜에서 작물을 기르고 있다. 제공: Farm8 팜아카데미

 

첨단 농업 이끌 인재 양성
정부는 2017년 11월에 혁신성장 8대 과제로 스마트팜을 선정했다. 이에 경북 상주와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경남 밀양과 전남 고흥까지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을 완료했다. 국가에서 주도하는 사업인 스마트팜은 청년층의 귀농을 유도하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방대하게 이뤄진다. 대표적인 예는 스마트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이는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농업경영정보를 등록한 농업인과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창업을 위해 필요한 시설과 컨설팅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혁신밸리와 스마트팜 시장 규모 증대에 이은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는 ‘제3차 농촌진흥사업 기본계획(2023~2027년)’에서 스마트농업을 위해 농업 데이터 수집·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민간 개방·확대와 농작업 자동화 요소기술 개발을 통한 노지 스마트농업 확산을 추진할 것을 계획했다. 이에 더해 스마트농업 현장 확산 거점기관을 오는 2027년 36개까지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한국형 스마트팜’으로 정의되는 국내 스마트팜 기술은 1세대 ICT와의 융합으로 시작돼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로 농업인들의 편리성을 향상한다. 2세대는 AI와의 융합으로,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환경과 생육 정보를 수집하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으로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팜 3세대는 지능형 무인 로봇을 활용해 생육 정보 계측과 수확 작업을 자동화하고, 초기 진입장벽을 낮춰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인 농업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국제 규격을 적용해 글로벌 수출을 노린다. 현재 국내 스마트팜의 기술력은 2세대에 해당한다.

 

Epilogue
농업은 인류 생존의 필수적인 산업이다. 지구 열대화로 미래 식량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며 한국처럼 식량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우리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줄 스마트팜이 사회의 적극적인 재원 투자로 3세대까지 진출하기를 기대한다.

 


박나린·구예승·이승민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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