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새고 빛 안 들고… “쾌적한 강의실에서 수업 듣고 싶어요”
비 새고 빛 안 들고… “쾌적한 강의실에서 수업 듣고 싶어요”
  • 황민승·이승민기자·류승주·손유진 수습기자
  • 승인 2023.11.07 15:27
  • 호수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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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학부, 전용 강의실 없어
체육관·서관 오가며 수업 들어
공대생, 복도에 실험도구 내놔
학교 측 “당장 개선은 무리”

“우리도 빛 잘 들고 빗물 안 새는 강의실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단대신문 기자와 만난 우리대학 공연영화학부 학생들의 첫 마디다. 공연영화학부 학생들은 “단과대학 강의실이 아닌 체육관 지하 2층에 있는 연습실로 등교한다”며 “학부생용 단과대학 건물이 없고 학습을 위한 다른 공간도 없어 보트피플 같다”고 토로했다. 


열악한 학습 환경은 공연영화학부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첨단 인재 육성의 요람인 공과대학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간 부족으로 인해 복도 곳곳에 비치된 실험 물품들이 발에 채이고 습기가 빠지지 않아 생긴 곰팡이 냄새는 코를 찌른다. 인재 육성의 요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열악하다. 누수는 죽전캠 전체 강의동의 고질적인 문제다. 인문·상경·사범관, 공학관과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법학관까지 비만 오면 물이 샌다. 본지는 죽전캠 학생들의 열악한 학습 환경의 실태를 파헤쳐봤다.

 

공연영화학부생들은 학부생용 단과대학 건물이 없어 죽전캠 체육관 지하 2층 주차장을 빌려 공연 물품 제작소로 사용하고 있다.
공연영화학부생들은 학부생용 단과대학 건물이 없어 죽전캠 체육관 지하 2층 주차장을 빌려 공연 물품 제작소로 사용하고 있다.

공간 부족, 하루 이틀 문제인가
우리 대학 공연영화학부 재학생은 395명이다. 공연영화학부의 연극·영화·뮤지컬 전공은 꾸준히 스타를 배출할 만큼 예체능계에선 유망한 학교로 꼽힌다. 입시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의 시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공연영화학부생들은 현재 예술 전용 건물이 없어 체육관 지하 2층에 위치한 대연습실 6개, 개인 연습실 13개를 이용하고 있다. 매 학기, 방학마다 진행하는 정기공연, 워크숍 공연팀과 학부생 숫자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김준서(연극연출2)씨는 “지하라 곱등이가 많이 나오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항상 춥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연영화학부생 A씨는 연습실이 부족하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A씨는 “학과 특성상 실습수업이 많은데 정기 공연팀의 연습실조차도 확보되지 않아 밤늦게 연습하거나 혜당관 연습실을 빌려서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공연영화학부 학생회는 “체육관 지상에서 행사가 있으면 진동과 소리가 고스란히 공연을 올리는 극장까지 온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또 “학부생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강의실 확충을 넘어 예술관 건립”이라고 말했다.


인재 양성의 핵심축인 공과대의 시설은 어떨까. 제1~3 공학관과 종합실험동 내부를 이동해보니 복도에 세워진 다양한 물건들도 통행을 방해했다. 불필요한 공간 차지를 줄이기 위해 불용용품은 복도에 배치할 수 있으나 실험 도구와 출품작같이 재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물품들이 보관 공간 부족으로 인해 복도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공학관은 구조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제1 공학관의 경우 환기가 잘되지 않아 습하고, 이로 인해 생긴 곰팡이 때문에 악취가 발생해 11월임에도 온열기를 복도에서 가동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학생 B씨는 “제1 공학관 1층이 환기가 안 되고 5층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을 실제로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재학생 C씨는 “대학원동 연구센터에서 연구 후 기구를 옮기는 데 공학관의 공간이 작아 실험 도구를 다 들여오지 못했다”고 답했다.


공간 부족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실험실은 총 98개이다. 본지가 타 대학의 공과대학 실험실을 조사한 결과 ▶인하대 306개 ▶숭실대 103개 ▶동국대 44개 ▶서울시립대 331개임을 알 수 있었다. 실험실 수 대비 학생 수를 비교해보니 우리 대학은 2.65%로 다른 3개의 대학(숭실대, 서울시립대, 인하대)에 비해 적은 쪽에 속했다. 


인문·상경·사범관과 법학관의 누수 문제도 심각하다. 문과대학 학생회는 지난 9월 14일 열린 문과대학 학생총회에서 ‘인문관 누수 해결’을 안건으로 내건 바 있다. 정영교(철학4) 문과대학 학생회장은 “누수 때문에 습기가 차 책걸상에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며 “학생들이 이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학생들 “시설 개선 신속한 변화 있어야”
2019년 우리 대학 언론기구 ‘D-Voice’는 공연영화학부의 부실한 시설 문제에 대해 보도했다. 당시 공연영화학부 학생회는 대학 당국에 시설 개선을 요구했으나, ‘예산 문제’로 인해 예술관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4년이 지난 지금, 눈에 띄게 개선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총무인사팀 강동헌 차장은 공연영화학부의 공간 마련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체육관에 빈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며 “교내 어떤 건물에도 연습실로 사용할 만한 큰 공간이 없다”고 밝혔다. 강 차장은 “공학관의 경우 실험실, 연구실 수가 부족해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구성원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학교 전체적인 공간 부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둬 조율해 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연영화학부 시설과 공학관을 비롯한 문제의 자세한 개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우리 대학은 시설 안전 점검과 보수 공사도 시행하고 있다. 이태영 안전관리팀장은 누수 문제에 대해 “인문·사범·상경관의 우수 홈통을 정비하고 창틀, 외벽의 코팅 교체를 2024학년도 예산에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연영화학부의 시설에 대해서는 “시설 노후는 필요 사항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 장기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할 사안”이며 “공기 순환 설비로 환기를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공기 질을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공간 배정 및 운영 규정 제5조에 따르면 공간의 배정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주관 부서의 검토와 공간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해진다. 공간 사용의 사유 소멸, 연구·관련 업무의 종료, 배정 사유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공간을 반납해야 하며, 반납된 공간은 다시 절차를 거쳐 배정하는 방식이다. 공간관리위원회는 ▶합리적인 공간 배정 및 활용 ▶공간의 조정, 용도 및 구조변경 승인 ▶신·증축 공간의 용도 배정 및 사용계획 ▶교사 동 명칭 부여 및 변경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있다. 정기회의에는 필요에 따라 학생 대표를 회의에 참석시켜 의견을 듣기도 하지만,  의결권도 없을뿐더러 위원회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학생들은 직접적인 개선 요구도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학교의 구성원이자 공간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공간위원회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인재는 좋은 환경에서 배출된다
학생들의 본분은 ‘공부’이다. 공부를 업으로 삼는 학생들에게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습 환경 개선은 최우선돼야 할 과제이다. 시대를 변화시킬 인재는 열악한 환경이 아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서 나온다. 우리 대학을 빛내는 인재 양성을 지속하기 위해선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 받을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이 시급해 보인다.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한 대학 당국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황민승·이승민기자·류승주·손유진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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