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레트로, 이젠 복고 아닌 뉴트로 시대
돌아온 레트로, 이젠 복고 아닌 뉴트로 시대
  • 김준원·이수빈 기자·우하혜나·박가경 수습기자
  • 승인 2024.04.09 15:06
  • 호수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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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향수가 만든 레트로 문화
최근 다시 열풍 맞은 인디음악
레트로 문화로 신선한 경험 선사

레트로, 그리고 뉴트로와 영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행의 한 종류인 레트로(Retro)는 ‘Retrospect’의 줄임말로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말한다. 레트로의 유행은 과거에 유행했던 패션, 대중음악, 콘텐츠 등이 다시 떠오르게 했다. 레트로의 초반 배경은 과거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기성세대를 표적으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레트로가 새로운 배경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트로(New-tro)’와 ‘영트로(Young-tro)’는, 오래된 것에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이 더해져 느낄 수 없는 시대의 추억이 신선함으로 다가가 인기를 얻고 있다.

 

새로움과 젊음은 어떻게 복고와 결합한 것일까. 종합 리서치 기업 트렌드모니터의 ‘2023 복고 문화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복고 문화 주 향유 연령층은 2030이다. 20대의 복고 문화 향유는 2015년과 비교해 약 두 배 높게 나타났다. 젊은 층은 복고 유행을 단순 마케팅 상술로 치부하기보다 반가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문화들이 재소환되는 것이 좋고, 다양한 분야에서 복고 컨셉이 등장하는 것이 반갑다”는 의견이다. 이를 증명하는 ‘할매니얼’은 할머니와 밀레니얼의 합성어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약과, 양갱, 인절미 등의 먹거리가 유행하며 생긴 신조어다. 디지털카메라와 LP의 열풍, 줄 이어폰과 레트로 콘셉트의 식·음료품 포장지는 레트로 열풍을 가시화하고 있다.

 

시대를 ‘역주행’하는 인디 음악

과거에 유행했던 음악이 음원 차트에서 재조명되는 경우를 잘 살펴보면, ‘인디음악’이 눈에 띈다. 인디(Indie)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의 약자로 ‘독립’을 의미한다. 즉, 인디음악이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로 구성된 독립적인 음악 세계를 뜻한다. 이러한 아티스트의 자유와 독창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디음악 세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감성을 선물한다.

 

인디음악의 시초는 70년대의 DIY(Do It Your self) 원칙에 입각한 개러지(차고) 록 음악으로 추정된다. 이 밴드들은 거대 레이블과 독립적으로 활동했으며, 대부분 거친 형태의 펑크록을 발표했다. 또한 인디음악은 2000년대 이후 홈레코딩 제작시스템이 본격화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국내에서도 1인 레이블을 설립해작업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막을 열게 됐다.

 

국내 인디음악 문화는 2010년대에 들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또한 최근 들어 인디음악은 2030세대에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검정치마 ▶버스커버스커 ▶잔나비 ▶10cm 등 그들의 음악은 대규모 기획사들의 획일화된 음악에 지쳐 과거의 음악 스타일을 찾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감성을 선사했다.

 

2014년 데뷔한 2인조 인디음악 밴드 `잔나비'이다. 출처=잔나비 공식 인스타그램
2014년 데뷔한 2인조 인디음악 밴드 `잔나비'이다. 출처=잔나비 공식 인스타그램

또한 레트로 열풍이 음악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LP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느리지만 따듯한 감성을 전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유행하면서 LP판이 디자인·공간·생활 등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실제로 작년 미국에서는 LP판의 판매량이 CD를 넘어섰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CD 판매량보다 600만 장 더 많은 4,300만 장의 LP판이 판매됐다. 이는 1987년 이후 2번째로 LP판 판매량이 CD를 넘은 사례이다.

 

소중했던 추억을 찾아, 레트로 콘텐츠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레트로 문화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에 접목돼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수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오늘날 1980~200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콘텐츠들이 재개봉하거나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리메이크되고 있다.

 

이러한 레트로 콘텐츠는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2020년,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는 프로젝트 그룹인 ‘싹쓰리’를 기획해 과거 음악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 3월 20일 1992~1997년까지 방영돼 전 세계의 인기를 누린 마블의 대표 애니메이션 <엑스맨 97>을 공개했다.

 

예능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 출처=`싹쓰리' 앨범 사진
예능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 출처=`싹쓰리' 앨범 사진

이달 19일 MBC는 1970년대 안방을 차지했던 드라마 <수사반장>을 리메이크한 <수사반장 1985>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지난 3월에는 김성수 감독의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가 재개봉 됐다. 그 시절 한국 청춘 영화의 전설이었던 두 작품은 MZ세대에게 색다른 콘텐츠로서 다가갔다.

 

게임 또한 레트로 문화 열풍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넥슨’의 ‘메이플랜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메이플랜드’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초창기 버전을 완성도 있게 구현한 일종의 미니 게임이다. 2시간 45분 동안 접속한 이용자 수만 6만 2338명으로 과거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용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나타났다. 바야흐로 향수의 시대, 우리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과거에 대한 동경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서 본 ‘오늘’은, 레트로의 전망

첨단 기술의 사회에서 디지털 피로감이 높아지는 것은 복고 문화의 유행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다. 황종원(철학) 교수는 “지금의 사회에 대해 불만족스러움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냉정한 현실 속 결핍된 인정으로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을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바쁘다 보니 삶의 여백이 없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사소한 일에서도 감정 상할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진아(동물생명공3)씨는 “옛 시절을 떠올리며 과거를 추억할 때 좋았던 기억을 되새기고 싶다”며 레트로 감성을 찾는다고 말했다. 배수민(정치외교1)씨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축구 유니폼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며 그 이유로 “과거의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멋이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이어 2030은 경험한 적 없는 세대의 문화인 레트로가 열풍인 이유로 “미디어의 발달로 쏟아지는 양산형 콘텐츠는 더 이상 흥미를 주지 못한다”며 “순수하고 독특한 콘텐츠에 흥미를 갖는 과정에서 과거의 것이 재조명되며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라면 레트로 문화는 돌고 돌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폴란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레트로토피아>에서 “분통 터질 정도로 변덕스럽고 불확실한 현재에 내재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향수에 빠진다”고 말한다. 레트로 문화는 단순히 ‘과거 중독’이라기보다는 빠르게 변해온 시대에 대한 그리움이 창출해 낸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보인다.

 

 

김준원·이수빈 기자·우하혜나·박가경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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