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조각들을 쥐었을 때
하늘색 조각들을 쥐었을 때
  • 황민승 기자
  • 승인 2024.04.09 11:10
  • 호수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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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문학-정세랑 『피프티 피플』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21.08.13
페이지 p.488
※ 도서관 보유 여부
(죽전: O, 천안: O)

 

“한 사람이라도 당신을 닮았기를, 당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바랍니다.”

 

50명의 주인공, 정확히 말하면 51명의 미색을 띠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피프티피플, 제목과 달리 자기의 장을 가지지 않는 인물인 승희는 여러 인물의 세계를 넘나든다. 이 책은 가상의 지역의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환자, 그리고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다룬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어떤 교훈을 끌어낼 필요도 없다. 주인공을 나와 우리를 닮은 퍼즐 같은 한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저 공감하고 느낀다. 환경, 지역, 성별에 따라, 같은 사람이라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이 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정세랑 작가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이 관심은 책에도 녹아있다. 승희의 엄마 ‘양선’은 승희의 나이에 승희를 가졌다. 그리고 승희는 18살의 나이에 양선과 비슷한 또래와 교제한다. 그리고 그 남성은 승희의 목을 그었다. ‘윤나’와 친구 ‘찬주’는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그들의 과는 십수 개의 학과와 통폐합됐다.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만 골라 생산해 내기를 사회 전체가 원한다. 그들은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가치 없게 취급되는 사회란 걸 알면서도 이 전공을 확고하게 선택했다고. 누군가는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과로로 죽으며,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보고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농성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이 택한 과가 통폐합 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일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이는 우리 청년들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마지막 장은 등장인물 속 대부분의 인물이 영화관에서 불이 나 대피한다. 이렇게 저렇게 얽혀있던 51명의 사람이 한 공간, 한 시간에 있었던 순간이다. 재난사고는 보통 ‘생존 0명, 사망 0명’의 숫자로 제시된다. 그 속에서 그들이 어떤 삶의 조각을 가진 인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은 소중한 삶을 살아가는 나일 수도 있다. 총체적인 관점이든,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든 해석은 개인의 자유다. 그저 모든 사람을 소중하게 다루길 소망할 뿐이다.

 

※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황민승 기자 minw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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