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폭발의 시대, 도파민 '단식'은 어떻게?
도파민 폭발의 시대, 도파민 '단식'은 어떻게?
  • 이승민·이용현 기자·박가경 수습기자
  • 승인 2024.05.28 14:05
  • 호수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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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새로운 정보를 얻을 때, 연애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생존과 번식에 직결된 활동이고 뇌가 우리에게 ‘도파민’이라는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원시시대부터 우리의 선택과 집중을 도왔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가 자주 접하는 ‘도파민’은 우리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집중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문명의 발전은 이를 더욱 쉽게 만들었다. 우리에게 쾌락을 가져다주는 도파민. 이는 정확히 무엇이고 어떻게 공생해야 할까. 

 

‘도파민’의 시대가 왔다
인스타그램에 ‘도파민’ 키워드를 검색하면 약 1만7천개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도파민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도파민은 중추 신경계에서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으로 작용한다. 도파민이 각종 회로를 통해 신경세포라 불리는 뉴런에 전해지면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도파민의 생성 양은 사람과 즐거움의 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최근에 도파민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도파민 중독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도파밍’이라는 새로운 단어도 생겼다. 게이머가 파밍(Farming) 하듯 자극을 추구하며 재미를 느끼는 현상을 뜻하는 ‘도파밍(Dopamine+Farming)’이라는 단어는『2024년 트렌드 코리아』의 10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 도파민 중독에 취약한 것일까? 이에 박경민 용인정신병원 부원장의 자문을 받았다. 박 부원장은 청년층이 중, 장, 노년층보다 도파민 중독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부원장은 “중, 장, 노년층이 도파민 중독의 범위 밖에 있는 건 아니지만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선에서의 자극을 빠르게 접해 비교적 위험한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세대별 SNS 이용률 추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20대의 SNS 이용률이 90.6%로 가장 높았고 30대의 경우 87.2%, 40~50대가 65.3%의 이용률을 보였다. 숏폼 콘텐츠 시청 경험 역시 18~29세는 93%, 30대 87%, 40대가 85%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빠른 만족에 중독된 청년층
청년층이 도파민 중독에 빠지게 된 건 비단 개인의 문제는 아니다. SNS 플랫폼 중 하나인 메타(전 `페이스북')의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전 부사장은 “우리가 만들어낸 단기간의 도파민 추진 피드백 순환고리는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은 자신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프로그램화되고 조종된다.”고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운영 방식으로 사용자를 현혹하는 SNS를 비판했다. 숏폼 콘텐츠도 도파민 중독 문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숏폼은 메타가 20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기록하며 대유행하고, 다양한 SNS가 유행하게 되면서 생겨났다. 1분 미만의 동영상과 100자 내외의 짧은 글이 사람들에게 시간 대비 과도한 도파민을 분비시킨다는 것이 숏폼의 문제이다.

 

공영 방송과 OTT 콘텐츠의 대표적인 롱폼 콘텐츠도 더욱 자극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심의에 맞지 않는 자막을 기재하거나 높은 수위를 소재로 제작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한 결과,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이 수위가 높은 콘텐츠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에는 81.8%의 동의율을, 폭력성, 선정성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는 72.3%의 동의율을 보였다.

 

음식 섭취 습관 또한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준다. 2018년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Cell Metabolism」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12명의 건강한 성인 남녀가 맛있는 음료를 마시면 입에 들어갈 때 한 번, 음료가 위장에 도달할 때 한 번 도파민이 총 두 번 분비된다.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문제가 생긴다. 우리 대학 이영승(식품영양) 교수는 “자극적인 음식은 단순한 맛의 즐거움을 넘어 강한 신경전달 물질 반응을 일으켜 자극적인 음식을 통한 도파민 유도를 야기한다”며, “청년층에 크게 유행하는 마라탕, 탕후루와 같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도파민 분비의 균형적인 분비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도파민,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야
도파민 중독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도파민 자체가 인간에게 부정적인 요소는 아니다. 박 부원장은 “도파민은 인간이 움직이게 되는 동기로 작용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라고 도파민의 기능을 설명했다. 그는 중독 문제가 발생하면 “기존에 존재했던 다양한 도파민 추구 경로가 쇠약해지고 중독 문제를 야기하는 도파민 추구 경로만이 강화돼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도파민에 중독되면 쾌락을 느끼는 범위가 축소돼서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건강한 도파민 추구는 삶을 더욱 즐겁게 한다. 강지현(공예2)씨는 “숏폼을 보며 시시각각 바뀌는 유행을 볼 수 있다. 시간을 잘 관리하고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진 않다”고 말하며 “적절한 도파민 충족은 삶에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도파민 ’디톡스‘ 각광
최근에는 도파민 중독의 주원인인 디지털 기기를 차단하는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이다. 디지털 기기를 반납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는 카페가 유행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로부터 멀어져 독서, 명상을 권장하는 팝업 스토어도 운영되고 있다.

 

권혜연 한국심리상담센터 관계자는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심리상담이 도파민 중독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심리상담센터에서는 도파민 중독으로 인한 강한 자극을 추구하는 문제가 생긴 이들을 위해 개인 심리상담뿐만 아니라 종합심리검사와 집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종합심리검사를 통해 대상자의 ▶인지능력 ▶정서상태 ▶기질과 성격 ▶대인관계 등을 분석한다. 더불어 집단 상담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겪는 개인들이 서로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권 관계자는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게 큰 문제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니, 편하게 방문해도 좋다”며 “사설 심리상담센터 이용이 비용적으로 부담스럽다면 학교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Epilogue
인간은 고등한 동물로, 도파민과 쾌락을 생존과 번식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다른 동물과는 다르다. 인간은 쾌락 그 자체를 위해 도파민을 분비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고등한 동물의 의미는 쾌락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는 동물일 것이다. 도파민 대홍수 속 고등한 인간으로 살 것인가, 동물로 남을 것인가.

 

 

이승민·이용현 기자·박가경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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