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 씨
백색볼펜 / 씨
  • 취재부
  • 승인 2005.05.17 00:20
  • 호수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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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문제로 다들 고민이다. 한창 토익과 토플에 목을 매더니 요즘에는 현장 경력을 쌓는 쪽으로 몰리고 있다. 그리하여 대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스펙(경력)을 쌓느라 난리들이란다. 성적 관리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에, 인턴 사원 체험에, 아르바이트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쌓아올린 경력이 많다하여 그 사람의 마음의 밭까지 풍요로워지는 건 아닐 터. 취직만을 위한 경험(혹은, 경력) 쌓기는 이력서 한 줄 채우는데 그치고 말 것이다.
△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의 ‘씨’가 있다하니, 맵씨(외모), 말씨(언변), 글씨(문장), 마음씨(인격), 솜씨(재주)를 가리킨다. 이는 옛날 관리 등용의 조건이었던 신언서판(身言書判, 용모, 언변, 필적, 판단력)과 부녀자들의 덕목이었던 4덕(맵씨, 말씨, 마음씨, 솜씨)을 합쳐서 일반적인 인간의 덕목으로 만들어낸 말이 아닐까 싶다. 다섯 가지 ‘씨’가 골고루 잘 자라면 좋은 열매, 즉 ‘된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열매는커녕 퇴비로나 겨우 쓰일 뿐이다.
△ 한편, 씨앗의 ‘씨’는 종자(種子)를 가리키는 말이다. 모든 꽃과 열매는 씨를 통해 번식한다. 씨는 그 개체의 결정체이면서 후손과의 연결고리가 된다. 꽃을 틔우려면 꽃씨를, 쌀을 얻으려면 볍씨를 심어야 한다. 그 작은 씨앗 안에 꽃이, 쌀이, 수박이 들어있는 셈이니 씨에서 보이는 가능성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 ‘씨’는 앞으로 커질 수 있는 근원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씨를 심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밭에 심었느냐이다. 아무리 좋은 씨를 심었다 해도 모래밭에 심는다면 제대로 자랄 리 없다. 똑같은 씨라 해도 밭에 따라 30배, 60배, 1백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가진 다섯 가지의 ‘씨’는 결국 자신이 하기 나름에 달렸다. 올 가을, 모두가 진정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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