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성웅성 / 장애체험 후기
웅성웅성 / 장애체험 후기
  • 김충현
  • 승인 2005.05.17 00:20
  • 호수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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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바라보기와 체험하기

나는 장애인이다. 한쪽 다리를 약간 저는 소위 말하는 ‘절름발이’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까? 그냥 걷는 것이 많이 힘들어 보이는 걸까? 아니면 자신과는 다른 모습에 이질감을 갖게 되는 걸까?
내게 있어 장애는 단지 ‘낯설음’이었다. 연애 한번 못해본 남자가 여자에게 갖는 특별한 환상처럼 나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막연한 낯설음.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절름발이인 나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했고 나와 함께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시각·청각·지체 장애인들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이번 학내장애체험은 바로 그런 나의 ‘낯설음’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전 10시 이부학관에서 휠체어를 탄 나는 가파른 경사를 따라 바퀴를 조심스럽게 굴려가며 간신히 사범학관 앞에 도착했다.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경사로에 진입했지만 평소 걸어 다닐 땐 예사롭게 넘겨보았던 경사로조차도 결코 완만하지 않은 높이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2층으로 이동,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 휠체어를 타고 2층까지 자력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겨우 강의실에 도착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의실 문 옆 맨 앞자리에서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휠체어에 앉아서, 눈앞을 지나다니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그들은 나와는 먼 곳, 마치 천공의 성 라퓨타에 사는 별세계 사람들처럼만 보였고, 달라진 눈높이만큼 한없이 왜소함을 느낀 나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느낌을 무릅 쓰고 세 시간의 수업을 앞자리에서 들어야했다.
나는 그들 세계에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었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였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지나친 과장일까?
“내가 네가 된다는 것.”
그저 바라볼 때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구체화되어 가슴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김충현<특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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