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명분(名分)
백색볼펜- 명분(名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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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4.03 00:20
  • 호수 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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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반추해 볼 때 전쟁(戰爭)만큼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도 아마 또 없을 것이다. 그만큼 역사의 중요 장면들마다 전쟁은 어김 없이 등장했다. 전쟁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 지금으로부터 약 50만 년 전 원시인 사회가 일정한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를 교환하게 된 무렵부터 전쟁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집단투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뒤로도 인류는 전쟁의 톱니바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20세기에도 1,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한국전쟁, 배트남 전쟁, 걸프 전 등 무수한 전쟁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장의 공포 속에서 떨어야 했고 또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이런 전쟁들에는 그 나름대로 내세우는 명분(名分)이 있었다. 이유와 구실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21세기에도 지난주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전쟁의 먹구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라크 국민의 자유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패권주의(覇權主義)를 앞세운 독단적인 행동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반전(反戰)시위가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가 아닐까 싶다. ‘전쟁에 반대한다’ 책의 저자 하워드 진은 “어떠한 전쟁의 명분도 인간의 목숨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쟁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盧대통령도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거론하면서 국익을 위한다는 대의명분(大義名分)으로 이라크 파병을 선언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선 이라크 다음이 북한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우리도 이라크처럼 전쟁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명분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쟁의 어떤 명분보다도 전쟁 때문에 흘리는 사람들의 눈물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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