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⑬
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⑬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7.03.06 00:20
  • 호수 11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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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생활 속 과학 ⑬

대보름달의 진실

엊그제가 정월 대보름이었다. 아쉽게도 흐린 날씨 탓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보름달을 구경할 수 없어서, 마음속으로 대보름달을 떠올리며 한 해의 소원을 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大)보름달이란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는 일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을 정월 대보름달이라 여기고 있다. 정말 그럴까? 답은 “아니오”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유난히 커 보이는 보름달과 유난히 작게 보이는 보름달이 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보름달의 크기가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달과 지구와의 거리 차이에서 기인한다. 만약 달이 지구 주위를 원 궤도로 돈다면, 즉 달의 공전 궤도 중심에 지구가 위치한다면 우리가 보는 보름달의 크기는 항상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달의 공전 궤도는 타원형이다. 달은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점인 근지점(近地點)에서 원지점(遠地點)으로, 그리고 다시 근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며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지구에서 근지점까지의 거리가 약 360,000㎞이고 원지점까지의 거리가 약 400,000㎞이므로, 약 40,000㎞의 차이가 난다. 따라서 달은 근지점에 있을 때가 원지점에 있을 때보다 그 지름이 10% 이상 크게 보인다.

삼라만상 중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듯이, 달의 타원 궤도 방향과 위치도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근일점과 원일점은 3236.2일 주기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한다. 이는 달과 지구 외에 태양이나 다른 천체들도 달에 인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년 열 두 달 중 어느 달의 보름달이라도 근지점 혹은 원지점에 위치할 수 있다. 예컨대, 2002년의 정월 대보름달은 근지점에 위치하는 큰 보름달이어서 대보름달이라는 명칭이 어울렸지만, 1997년 정월 대보름달은 원지점에 위치하여 대보름달이라는 명칭이 무색했다.
실제와 달리, 정월 보름달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대보름이란 명칭 때문으로 추측된다. ‘대[大]’ 자는 ‘크다’라는 의미 외에도 ‘으뜸가는’, ‘뛰어난’ 등의 의미도 갖는다. ‘달 밝은 밤’을 신비롭게 여긴 우리 조상들은 일 년 중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달이 이후의 보름달보다 더 으뜸가고 뛰어나다고 여겨 이를 대보름달로 불렀을 것이다. 그들은 설 이후 보름 만에 뜨는 보름달을 보며 한 해의 소원을 빌었다. 또한, 대보름달을 맞이하면서 일년 동안 각종 액운을 막기 위한 다양한 민속놀이를 했다. 달맞이를 하며 액운을 막고 행운을 기원하니 우리 조상들에게 정월 보름달은 으뜸으로 소중한 달이었을 것이다. 오며가며 생각 없이 보는 달이 아니라, 동산으로 올라가 달이 떠오르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영월(迎月) 행사 중에 보는 달이 더 커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양력 1월 1일에 떠오르는 첫 태양을 보기 위해 동해 일출 명소마다 예외 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데 반해, 음력 1월 15일의 보름달을 보기 위해 특별한 시간과 장소를 잡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출과 월출을 볼 때의 마음가짐과 감정은 사뭇 다르기 마련이다. 일출 현장에서는 역동적이고 희망 가득한 앞날을 다짐하며 가슴 벅찬 눈물을 흘리게 되고, 월출 현장에서는 어렵고 힘들었던 옛일을 떠올리며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내년부터는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 일출뿐만 아니라 정월 대보름날 월출의 장관도 경험함으로써,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각오를 다지는 소중한 두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신동희(사범대학·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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