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8.09.09 21:23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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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컴퓨터자원교사 오현경(한국항공대 컴퓨터공학·4) 양

▲오현경 양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3층 컴퓨터교실, 매주 일요일 이곳에선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컴퓨터 교육이 진행된다. 작은 교실이지만 빈자리는 찾아볼 수 없다. 컴퓨터를 응시하는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컴퓨터 수업을 진행하는 오현경(한국항공대·컴퓨터공학·4) 양,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교실을 나온다. 두 시간동안 계속된 강의에 지칠 텐데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밝은 모습이다.

작년 11월부터 봉사활동을 했다는 오 양은 입문반 교육을 맡고 있다. 세분의 보조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업은 오십분 동안 진행되는데 처음 십분은 타자연습에 사용된다. 그 다음, 이십분 동안 지난시간에 했던 것을 복습하고 남은 이십분에 새로운 진도를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컴퓨터를 켜고 끄는 기초적인 부분부터 배운다. 그 다음엔 인터넷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인터넷으로 날씨나 지하철같이 생활에 필요한 것을 검색하는 법을 가르친다.

오 양은 “학생 분들이 거의 가족은 모두 본국에 있고 자기만 한국에 와서 홀로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항상 디카를 가지고 다니면서 학생 분들을 찍어서 본국에 있는 가족들한테 보내드려요. 저번에 딸들과 떨어져있는 한 근로자 아주머니에게 메신저를 통해서 딸과 연결해 드리고 사진도 보내드리니 너무 기뻐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데 저도 너무 뿌듯하고 기뻤어요”라며 보람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항상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업을 하다보면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가 힘들게 다가올 때도 있었다. 진도를 맞춰가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고집하는 학생 때문에 수업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수업진행이 불가능한 상황도 있었다. 처음엔 그런 부분도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반복되면서 이렇게까지 힘들게 이일을 해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지난 7월엔 인터넷이 끊겨서 컴퓨터 2대만 가지고 수업을 한 적도 있다. 수업으로 화상 채팅하는 법을 배우는 날이었는데 길게 줄을 서서 한 사람씩 차례로 수업을 진행했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힘든 부분이 있긴 해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니 내면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화를 내려고 할 때에도 한 번 더 참게 되고 학생 분들이 다들 어른이시니까 웃으면서 말하는 방법이나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방법도 저절로 익숙해지더라고요. 이젠 수업뿐만 아니라 생활에도 그런 태도가 배인 것 같아요”

또 매주 나와서 봉사활동 하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대학생일 때 이런 활동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거든요. 봉사활동을 할 때도 전공이나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매이지 말고 여러 가지 활동에 도전해 보도록 하세요”라고 덧붙였다. 평범한 진리가 경험자의 입을 통해 들으니 새삼 와 닿는다.

▲ 오 양이 학생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는 모습

김유진 기자
김유진 기자

 yj90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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