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제조정과 예의생부족(禮儀生富足)
직제조정과 예의생부족(禮儀生富足)
  • 단대신문사 편집부
  • 승인 2008.09.09 19:21
  • 호수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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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대학 조직이 개편된다. 정보공시제와 같이 변화하는 외부환경과 대학 문화에 발맞추기 위해, 그리고 직무역량을 극대화하고 부서별 행정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직제조정은 시기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개편안을 보면 업무 역할이 세분화 되고 부처 간 연계성이 강화돼 수요자(대학 구성원)를 중심으로 둔 직제조정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양 캠퍼스의 특화된 전공 성격을 살리기 위해 교육개발인증원을 죽전/천안 각 원장체제로 개편한 것과 천안캠퍼스 관재과를 신설한 것이 ‘세분화’의 대표적 예로 보인다. 또한 교양학부를 신설해 각 단과대와의 연계성을 살린 점이나 교무처 연구지원과를 통해 교수들의 연구 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 ‘수요자 중심’의 직제조정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서비스를 받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서비스 제공자의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경영에 도입되면서 시작된 최근의 추세다. 어쩌면 기업과 같은 생존경쟁과는 크게 무관했던 대학 경영에 수요자 중심의 직제조정이 이루어 진 것은, 그만큼 대학도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추세에 맞추기 위한 이러한 ‘자발적인 노력’은, 자칫 잘못하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서비스를 받는 수요자를 중심으로 모든 개편이 진행되면, 상대적으로 ‘서비스 제공자(개편 대상)’에 대한 관심이 적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그에 따라 점점 ‘자아개념’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무리한 직제조정은 구성원들의 혼란과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개인의 희생이 모여 조직이 발전한다’는 논리는 ‘개인의 발전을 통한 조직의 발전’이라는 논리로 대체된 것이 이미 10년 전의 일이다.

직제조정 업무를 총괄했던 이병무 기획과장 역시 “업무 성격에 대한 이해와 자리 잡기의 과정, 즉 과도기가 있을 것이다”라며 “과도기의 기간을 향후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도기의 기간 동안 계속된 규정 개정과 보완을 통해 새로 조정된 개편안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기획과 측의 입장이다.

이번 직제조정은 취지도 좋고 방향도 옳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직제조정을 ‘당하는’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다. 다만 20명도 채 안 되는 작은 ‘단대신문사라는 조직’의 개편도 홍역을 치렀는데, 거대한 대학 기구의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기우가 앞선다. 수요자를 만족시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먼저 공급자에게 여유가 있어야 한다. 예의생부족(禮儀生富足)이라는, 즉 ‘살림이 넉넉해지면 예의도 지키게 된다’는 옛말이 수요자 중심의 직제개편을 완성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단대신문사 편집부
단대신문사 편집부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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