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주의보] ①인생은 한 번! 고로 나는 떠난다
[희망주의보] ①인생은 한 번! 고로 나는 떠난다
  • 허지희(문예창작·4)
  • 승인 2008.10.14 03:38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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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쟈’의 영국 찍고 아프리카로!

이번호부터 ‘희망주의보’는 총 14개월로 구성된 CICD에 입학,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허지희(문예창작·4·휴학) 양의 이야기로 꾸며집니다. <편집자 주>

‘인생은 한 번, 후회할 일은 없어야지!’

08년 6월, 담배 연기 자욱한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다 문득 이 흔한 말을 떠올렸다. 휴학하고 문화부 기자로 일한 지 1년 반이 지났을 무렵, 그간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생각했다. 거울을 봤다. 지금처럼 일에 찌든 모습이 아니라 나와 타인을 위해 웃고 있는 모습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간 인터넷을 뒤적여 고심 끝에 찾은 곳은 ‘CICD(College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and Development)’.

CICD는 영국에 위치한 일종의 대안학교로, HUMANA PEOPLE TO PEOPLE이 운영하는 하나의 프로젝트다. 일 년에 네 차례 봉사자들을 학교에서 트레이닝 시킨 후 아프리카나 인도로 보낸다. 총 14개월로 구성된 CICD 프로그램은 나를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해 아프리카로 여행을 다녀온 어머니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검은 진주”라 일컬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보길 원했다. 황폐한 환경에서 지내는 그들을 어쩌면 내가 좀 더 빛나는 보석으로 가공하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부족한 영어도 늘리고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교류도 하며 하드워킹으로 나를 좀 더 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 내가 갖길 원하는 많은 것들이 그 곳 CICD에 있었다.

며칠 후, 학교와 접촉했다. ‘마리’라는 선생님과 세 차례 전화 인터뷰 후 마음을 굳혔다. 그녀는 “이 곳에서 널 빨리 보게 되길 바란다, 즐거운 마음으로 널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희망하는 팀에 이미 헝가리, 이태리, 브라질, 인도 등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이 등록해있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현재 한국인은 한 명 뿐. 이 특별한 소식에 나는 다시금 뛰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떠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1개월, 비자 및 예방 접종, 항공권 예약 등의 절차를 서둘러 끝내야 했다. 우선 학교로 250파운드(1파운드=약 2천원)의 입학금을 송금하니 며칠 후 반가운 스쿨레터가 날아왔다. 부지런히 준비한 각종 영문 서류과 스쿨레터를 손에 꼭 쥐고 남대문에 위치한 영국비자센터로 가서 비자 신청을 마쳤다. 일주일 후 비자가 나왔고, 국립의료원에 가서 황열병, 장티푸스 등 아프리카로 가기 위해 필요한 예방접종을 마쳤다. 4가지 백신이 몸속을 휘젓고 다녔지만 의사가 경고한 부작용은 전혀 없었다. 우습게도 ‘나는 아프리카 체질인거야’라고 생각했다.

서둘러 지인들을 만났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한 친구는 그간 쌓아온 경력이 아깝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용기 있는 네가 부럽다고 했다.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가진 용기로 그 곳에서 새로운 경력을 쌓고 오겠다고. 친구들이 웃었고 나도 웃었다.

8월 27일 런던으로 향하는 편도 항공권을 끊었다. 편도라니. 돌아올 날을 기약하지 않는다는 것의 두려움과 설렘,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가족들에겐 우스갯소리로 지금부터 영국 시차에 적응하는 거라 노래하며 노트에 빼곡히 적은 짐 목록을 거듭 체크했다. 48kg의 부실한 나는 캐리어와 큰 배낭, 작은 배낭, 총 세 개의 짐을 이끌고 런던에서 4시간 걸리는 학교까지 가야만 했다. 짐을 뺐다 넣기를 반복,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D-1. 그런데 참 이상했다. 불면증에 시달려온 나는 그 날만큼은 달콤한 단잠을 이뤘다. 세계 각국에서 온 봉사자들을 학교에서 만나는 꿈을 꾸며.

※ ‘허쟈’를 소개합니다
단국대 문예창작과 03학번으로 현재 휴학 중입니다. 인터넷 문화전문 일간지 <뉴스컬쳐>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영국 봉사단체 CICD에 머물며 아프리카로 가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친구들은 “허쟈”라 부르고, 외국 친구들은 “제니”라 부릅니다. 하지만 “허쟈”라는 닉네임을 더 사랑하는 저는 자랑스러운 단국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허지희(문예창작·4)
허지희(문예창작·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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