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일상의 非論理
⑦ 일상의 非論理
  • 황필홍 문과대 교수
  • 승인 2008.11.04 17:14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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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경험을 통해 습득 된다

[우문] 학교 홈페이지의 ‘웅성웅성 게시판’을 보면 감정이 앞선 글들을 많이 봅니다. 대학 게시판이라고 하기에는 비논리적인 글들로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하는 일들이 많은데요, 이런 일들은 비단 우리대학에만 한정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명제로 운영되는 인터넷 게시판 어디를 가도 이런 ‘일상의 비논리’가 만연합니다.

[현답] 우리의 사고가 비논리적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의 사고방식이 서양인과, 예를 들어 미국인과, 비교해서 덜 논리적이라는 말일 것이다. 과연 그들의 생각하는 방식이 더 논리적이라는 것은 그 사람들이 ‘그러므로so’ ‘왜냐하면because’ 따위의 주장을 표시하는 용어들을, 소위 inference indicators를, 일상에서 우리보다 훨씬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수긍이 간다.

미국에 유학 가서 철학과 과장교수를 처음 만났는데 신학기에 들어야 할 과목을 상의하던 중 그가 대뜸 “동양 학생들은 논리가 취약하니 먼저 논리학과목을 하나 듣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타고 나면서 그들이 논리적이고 우리는 비논리적이라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라는 환경 속에서 그들은 보다 경험적으로 논리적 사유가 권장되고, 상대적으로 우리는 논리성이 크게 강조되지 않는 탓 일 것이다.

그런 미국이 2005년에 대학수능시험 SAT에서 논리영역을 더 보강하는 방향으로 시험 개혁안을 내놓아 놀라웠다. 내 눈에 사뭇 논리적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고 판단되는 그들에게도 논리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몇 해 전에 서울대가 입시에서 논술 비중을 더 높이겠다고 했었고 최근에는 법학대학원시험이나 각종 국가고시나 취직시험에서도 논리학 공부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지나치게 비논리적이다. 말하자면 비논리적 환경에 우리는 무방비로, 그리고 무책임하게, 내버려져있다.

비근한 한 예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기 일쑤지만, 우리사회는 연예인이 각종 광고에 전 방위로 등장한다. 그 사람이 연기에 관한 광고나 공지에 나선다면 좋으나 그 이외의 즉 그의 전문성이 인정될 수 없는 영역에서 또는 그의 전문성과 관련이 없는 곳에서 단지 외형으로 미남 미녀여서 광고를 한다면 그가 광고하는 것과 그의 외모가 연관이 없어서 결국 비논리적이다. 논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 광고나 공지는 구체적으로 상관성relevancy이 결여된 오류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비상관적인 부적절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가 된다.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는 보험광고도, 대출광고도, 주식광고도, 아파트광고도, 책 광고도, 신문광고도, 여행사광고도, 치약광고도, 건강광고도, 안경광고도, 학교나 회사광고도 모두 연예인이 나선다. 각 정부부서나 기관단체의 소위 홍보대사도 배우들이 도맡는다. 심지어는 다분히 전문영역의 방송 다큐도 탤런트가 진행하기도 하더라. 참 묘하고 혼란스런 현상이다. 논리 비논리의 차이나 전문 비전문의 구분 따위가 없거나 구분 등에 아예 무신경 하다. 굳이 말하자면 치약은 약사나 치과의사가 광고하는 것이 맞고, 건강이라면 발군의 운동선수나 체육과 교수가 광고하는 것이 맞을 것이며, 아파트광고라면 건축기사나 건설고수가 나서서 광고하는 것이, 그것이 더 적절한 권위에 호소하는 것이라서, 사리에 더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 많이 피상적이고 일시적이라는 해석과도 일맥상통한다. 내면의 깊이보다는 외형적으로 만족과 쾌감을 주면 그 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고 오랜 성찰보다는 순간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사고방식에 안주하는 것인데 게다가 우리 사회의 비논리적 전통의 무게가 한데 어울려 이런 일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논리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말하자면 논리적 사고와 표현을 해야 인정받고 대접받는 시대에서 숨 쉬고 있다. 작게는 우리사회에서도 넓게는 지구촌 사람끼리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논리적으로 될 필요가 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논리적logical이라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습득되는 것이다. 논리적 훈련을 위해서 책도 많이 읽고 또 매일 접하는 말과 글의 표현에서 비논리와 비합리와 비과학을 찾아내려는 쉼 없이 깨어있는 일종의 性癖을 기르는 일도 게을리 하여서는 안 된다.

황필홍 문과대 교수
황필홍 문과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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