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Go』(가네시로 가즈키, 2001, 북폴리오)
⑪ 『Go』(가네시로 가즈키, 2001, 북폴리오)
  • 신승애 기자, 강난희 기자
  • 승인 2008.11.25 13:00
  • 호수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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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애 기자가 본 『GO』의 '진실'
차별 속에서 성장한 재일교포 3세 작가의 자유를 향한 끝없는 항해, 치열한 삶의 근원

『GO』의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교포 3세로서 1968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다. 작가의 배경 탓인지 『GO』를 비롯해 다른 작품들 『레벌루션 NO.3』,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 에서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마이너리티 사회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또『GO』와 더불어 세 편의 연작소설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재일교포이다. 여러 가지 작품들 중 『GO』는 위 작가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2000년 발표한『GO』가 제 123회 <나오키문학상>을 수상, 최연소 수상자로 일약 스타 작가로 발돋움하여 현재까지 총 네 편의 장편 소설, 두 편의 단편 소설 집을 발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가의 이력은 특이하다. 그는 마르크스 주의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조총련계 초·중학교를 졸업하였다. 그 후 배신자로 낙인 찍혀 일본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력이 있기도 하다. 그 당시 그의 치열했던 이력이『GO』의 주인공에 반영된다. 늘 차별과 정체성의 위기에 시달려야 했던 작가가 위 소설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위 소설의 주인공 스기하라는 자신의 국적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만 한국, 북조선, 일본 그 어느 나라의 국적도 원하지 않으며 그 어느 국가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더 이상 나를 좁은 곳에다 처박지 마. 나는 나야. (중략)… 너희들은 국가니 토지니 직함이니 인습이니 전통이니 문화니, 그런 것들에 평생을 얽매여 살다가 죽는 거야. 나는 처음부터 그런 것 갖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든 언제든 갈 수 있어.”

이처럼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가 외치는 가장 핵심 단어는 “자유” 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뿌리로부터 자유로워 지려하고, 자신의 나약함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려하며, 사회적인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려한다. 『GO』는 자칫하면 무거워 질 수 있는 배경을 가진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 소설은 어둡지 않다. 재일동포라는 어두운 배경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정체성 문제를 단번에 해소 시켜주고 있다. 또한 작가 특유의 위트 넘치는 경쾌한 문체로 코믹하고 경쾌한 한편의 활극을 그려낸다. 이렇듯 『GO』의 밝은 이미지는 작가의 가치관에서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독자의 마음까지도 가볍게 만들어 주는 힘을 가지고 그의 소설은 영화, 만화의 원작으로 많은 작품을 낳았다. 『GO』(2001년), 『플라이 대디 플라이』(2005년) 가 영화화 되었으며, 이 중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한국에서 이준기, 이문식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었다.

또, 2008년에는 후지 TV의 드라마 『SP』의 각본을 써서 자신의 소설 세계를 영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재일교포라는 배경을 가졌기에 한국에서 더 화제를 불러온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이 또 어떤 모험을 보여줄지, 어떤 행복한 결말을 우리에게 안겨줄지 상상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강난희 기자가 본 『GO』의 '진심'
무의미한 배타심, 그것을 짓밟는 열일곱 소년의 자아 찾기
진짜 일본인, 진짜 조선인도 없는 ‘넓은 세상’ 꿈꾸는 ‘스기하라’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추성훈이라는 유도선수 출신 이종격투기 선수가 방송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다. 추성훈 선수는 한국인 유도선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일본인이다. 그는 유도를 좀더 ‘제대로’ 하기 위해서 한국이었던 국적을 일본으로 바꿨다.

그리고 그는 훗날 유도를 그만두고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어 한쪽 팔에는 일본 국기를, 다른 한쪽 팔에는 한국 국기를 새기고 경기에 임했다. 또 “나의 국적은 일본이지만 피는 한국인”이라는 말을 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사실 추성훈 선수가 일본으로 귀화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었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어떻게 일본으로 국적을 바꿀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고도 뻔뻔하게 한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한국에서 여러 편의 광고를 찍어 돈을 벌고, 심지어 음반을 내기도 하다니. 그래서인지 남들이 다들 추성훈 선수에 열광할 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주인공 ‘스기하라’가 자신을 ‘자이니치(左日)’라 부르며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볼 때, 그가 어떻게 그것을 해쳐나가는지 지켜보면서, 또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친구 ‘사쿠라이’에게 ‘피가 더러운 종족’으로 여겨지며 상처받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종족’이라는 것은 과거로 따지고 올라가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스기하라가 사쿠라이에게 했던 말처럼, 일본인인 ‘사쿠라이’의 먼 옛 조상 중 중국인의 피가 섞였을 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렇다면 ‘사쿠라이’는 일본인이 아닌 게 되는 것인가?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말을 쓰고, 일본 음식을 먹으며 자란 스기하라는 단지 피가 한국인의 피이기 때문에 일본인이 아니란 말인가?

가령, 아버지가 영국인이고 어머니가 아프리카인인 한 아이가 미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면 그 아이는 미국인이 아니란 말인가? 그 누구도 ‘스기하라’에게 ‘더러운 조선인’이라며 돌을 던질 권리가 없다는 말이다. ‘스기하라’는 강하다. 그는 일본인들의 차가운 시선을 거침없이 짓밟을 수 있었다.

또 보통의 ‘재일’ 조선인처럼 자신들이 조선인이기 때문에 일본인들과는 어울릴 수 없으며 일본 학교에는 진급할 수 없다는 ‘스스로가 만든 편견의 철장’ 안에 갇혀있지도 않았다. 그는 국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그들이 주장하는 진짜 일본인, 진짜 조선인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기하라는 스스로를 좁은 세상에 가둬두지 않으며 더 멀리, 더 넓은 세상을 늘 꿈꾸고 있는 것이다.

“노 소이 코레아노, 니 소이 하포네스, 조 소이 데사라이가도.” 스페인 어로 “나는 조선사람도 일본사람도 아닌, 떠다니는 일개 부초다”라는 뜻이다. 스기하라와 그의 아버지가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 말의 뜻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그리고 그동안 스스로가 얼마나 무의미한 배타심으로 가득차있었는지 다시 한번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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