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공간의 확장 (연극무대와 공간성)
⑥ 공간의 확장 (연극무대와 공간성)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대한주택공사 주택도
  • 승인 2008.11.11 14:46
  • 호수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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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이 켜켜이 포개질 수 있는 무대공간”

고백 1.
나는 안톤 체홉(Anton Chekhov)의 ‘유리동물원’ 中에서 마음으로만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짐’을 영원히 떠나보내야만 하는 ‘로라’의 마음 보다 더욱 안타까운 사랑의 마음을 달리 알지 못한다.(로라의 작은 방 안/한남캠퍼스 신관 지하 소극장)

고백 2.
류모비르 시모비치의 ‘쇼발로비치 유랑극단’ 中에서 독일군의 꼭두각시 같은 포악한 ‘드로’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소피아’가 콧노래를 부르며 등장하는 그 대목의 청명함. 그 보다 더욱 섬세한 순간을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전쟁 중의 발칸반도 어느 곳/동국대학교 학생소극장)

고백 3.
단대극회 창작(최경화) 2인극 ‘분실물 센터’의 두 남자 간에 오가는 이야기만큼 지루하며 동시에 삶의 애착을 조용하지만 강하고 끈기 있게 이야기하는 대학생의 창작 희곡을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때를 알 수 없는 어느 분실물센터/한남캠퍼스 사범대 1층 공연장)

▲ 프레임을 들여다보시는 아버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제-필름카메라의 프레임을 들여다 보는 사람(필자의 아버지. 1970년대 말)을 다른 스냅 카메라의 프레임이 포착했다. 인화된 사진을 다시 카메라에 담은 사진. 이 이미지는 3개의 프레임을 보여주며 그 프레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3개의 공간과 그 공간적 특질에 대한 각기 다른 설명을 필요로 하게 된다. 무대공간 역시 다른 방식으로 공간의 이질적인 공간성을 보여준다.
지난 청춘의 시간 나는 언제나 홀로 객석에 앉아 있었다. 그 무대의 공간은 심상의 외연적 확장이라고 까지 미화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의 전이(삶을 추동하는 경험)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공간의 이질성에 대해서 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연극무대공간은 관찰자를 따돌리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변신하기를 끊임없는 과제로 삼았다. 우리는 막간의 암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알고 있다. 그것은 공간 자신을 바꾸는 시간이며 그 무대공간의 공간적 가변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프로그레시브한 현대 실험극은 그 공간의 왜곡에 대한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공간의 변신은 비단 무대의 외피를 갈아입는 것 같은 무대 디자인으로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극문법과 연기론에 따른 연기-표현방식의 변화에 따라 미묘하게 요동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공간이 가지고 있는 가변성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객석에 앉은 우리는 극에 대한 공간적 일탈과 그 가식적 표현에 대해 계속해서 멀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공간이 포스트-모던해진다는 것은 뉴욕 쇼윈도의 트렌드를 예로 드는 것은 이제 진부하다. 그 보다 무대공간을 통해 얼터너티브한 공간적 특성을 점검한다면 우리는 보다 흥미로운 논제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의 변이는 무대공간을 통해서 학습가능하며, 그 다층적인 변이성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그 공간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대공간은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켜켜이 포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것을 자기 스스로가 포장하면서 그 공간의 집약을 연출가들의 힘을 빌려 계속 진화시켜 왔다.

공간의 탈장소화, 국민국가의 경계를 벗어나는 도시적 일렬의 흐름들, 그 외연적 확장을 불러오는 전지구적 경쟁력 강화의 움직임들. 공간은 이렇듯 대단한 논의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 지면을 빌어 소박한 청춘의 기억을 호명할 생각이다. 그것은 연극무대에서 확장되는 공간성에 대한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수줍은 고백이기도 하다.

아무 의미 없이 배회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었을까. 청춘의 시간, 언제나 안착하는 곳은 몇 몇 장소로 정해져 있었다. 좁은 밀폐의 공간, 어두운 암연, 탁한 공기, 그리고 왠지 모를 긴장감. 이제 무대의 서막이 오른다. 공연의 시작이다. 첫 배우의 등장과 함께 우리는 삭막한 무대공간이 전혀 새로운 장소성을 옷 갈아 있고 버티고 서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늙은 고래가 해변에 올라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은 초라한 무대가 있다면 바로 우리 청춘-학우들의 무대이다.

그러나 연출자가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배우게 하는 을씨년스러운 연기와 그 무대를 사랑한 배우들의 열망에 우리는 사로잡힌다. 공간은 물리적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조명과 무대연출의 효과를 따라 작은 공간은 그 의미적 표피를 무한정으로 확장할 것 같은 기세로 우리-관객에게 다가온다.

우리는 여기에서 연극 무대 위 공간의 이질성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며 동시에 그 속에 숨어있는 삶의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열쇠를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쥐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고백4.
나는 관객으로는 항상 혼자였지만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매번 성탄 이브에 선보인 짧은 단막극(skit) 속에서는 사랑하는 이들과 ‘모두’ 함께 할 수 있었다. 극을 준비하면서 느낀 그 행복감을 나는 이번 성탄 시즌에도 간직하고 싶다. 내게 그 무대공간은 청춘이자 애정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제 여러분이 대답할 차례입니다. 20대 청춘인 여러분에게 청춘이며 애정 그 자체이자 연대하는 여러분의 그 특별한 공간은 어디입니까. 저는 그것이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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