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당선작] 마비사막
[시 부문 당선작] 마비사막
  • 박태연
  • 승인 2009.01.05 10:03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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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동 도깨비 시장 왼쪽 끝 편 채소 가게에는 마비 사막이 있다

  평생을 비스듬한 시선으로 살아가는 남자의 어깨에 솟은 마비사막은 여러 차례 바람이 불어도 모래 한 알 날리지 않았다 마비사막을 걷던 서른 해를 훌쩍 넘겨 불던 바람은 매번 넘어지고 말았다 상처를 바람이 쓸고 가지만 모래 한 알 날리지 않고 어깨 죽지는 통증을 모른다 언젠가부터 바람은 어둠을 덮고 모로 누워 어깨 죽지 아래 동굴 속에서 잠이 들었다

  남자의 동굴에 있는 오아시스에는 콩나물이 자라고 있고 시금치가 몸 안에 수분을 가득 안고 있었다 박쥐는 콩나물을 품에 안고 내 손으로 들어왔다 나는 박쥐의 두 날개를 세게 쥐고는 오백 원을 오아시스에 던졌다 그러자 너울과 공명이 동굴을 흔들었다

  시장을 나오는 길에 나는 마비사막을 걸었다 나의 바람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넘어졌다 나는 걸려 넘어진 것이 아파서 울음을 놓고 온다 그날 밤 처마 밑에 걸어 둔 등 안에서 나방이 들어왔다 위태한 몸부림을 치던 나방은 서서히 몸이 둔해져갔다 비스듬하게 꺾인 나방의 날개는 너덜거리다 잘라지고는 이내 등 아래로 나방이 떨어졌다 마지막 날개,짓에 남은 모래가루가 등 안에 휘날렸다

박태연
박태연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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