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touch] ① 꽃보다 남자
[대중문화 touch] ① 꽃보다 남자
  • 김정아 기자
  • 승인 2009.03.03 23:57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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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꽃미남들에 가려진 우리의 비판의식

‘대중문화 touch’는 한 주의 화제가 되는 TV프로그램, 인물, 문화 등을 짚어보고 그 문제점 혹은 영향 등을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1월부터 KBS에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계속해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원작과, 과거 대만과 일본에서 제작된 드라마들의 인기에 힘입어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어왔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내용은 가난한 서민 여고생과 재벌 2세의 사랑이야기뿐으로, 논란조차 식상한 기존 한국 드라마의 주소재인 ‘신데렐라’스토리를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성의 재력과 권위에 따라, 선택된 여성의 인생이 변화하고 결정된다. 이런 수동적인 여성형은 인간의 덕목 중 하나인 주체성이 결여된 비이상적 환상이며 시대 퇴행적이다.

또한 그들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아닌, 단순히 부모에게서 부여받은 ‘재력’이 남자 주인공들의 크나큰 매력으로 자리하여, 과정도 없는 물질만능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아름답게 포장된 이들의 부유한 생활은 상류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더불어 현실과의 괴리감, 계층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미성년자인 이들의 불법운전과 음주, 유해업소 출입, 갖은 만행과 폭력을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내어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TNS코리아미디어의 지상파 타겟별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4~12세 어린이가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은 시청률 24.8%를 기록한 「꽃보다 남자」라고 한다. 픽션임을 인지하는 다수의 시청자들에겐 이러한 TV시리즈들이 그저 흥미요소 가득한 재미있는 이야기겠지만, 광범위한 TV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들은 어린이를 포함한 비판적인 수용이 불가능한 일부 대중들을 그릇된 사회화로 이끌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꽃보다 남자」를 포함한 일부 ‘막장 드라마’들에 대한 심의 착수를 발표했다. 일부에선 이러한 기관 심의가 창작과 표현의 자유와 다양한 문화산업 개발을 저해하는 압박이라는 반대도 있지만, 반복되는 구시대적 스토리와 시청률만을 고려한 개연성 없는 극단적인 연출이 과연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논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끊임없는 자유와 공익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컨텐츠 제작자들은 자발적으로 양질의 미디어산업을 계획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문화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인 판단을 하고자 하는 시청자 본연의 노력임을 잊지 말자.

김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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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jdd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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