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아들 자랑, 허허...
화경대- 아들 자랑, 허허...
  • <>
  • 승인 2004.02.05 00:20
  • 호수 10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이맘 때 쯤에, 아버지는 팔짜 꽤나 사나웠던 팔십 평생을 마감하셨었다. 그도 그러셨던 것이, 물경 셋이나 되는 마누라를 모두 병으로 먼저 보내고, 당신의 말년 8년간을 병구완 해줄 마누라 하나 없이 앓으시다 가셨으니 당신의 팔자, 가히 사납다 아니할 수 없을 터 였다. 슬하에 두신 4남매중에서 막내이자 둘째아들이었던 나를 유독 사랑해 주셨고 자랑스러워 해 주셨던 당신이셨는데, 그래서 그러셨던지 떠나시기 전 2년간을 큰 아들 집 마다하고 굳이 둘째 아들 집에서 며느리랑 손자에게 남은 사랑 다 쏟아주시고 가셨다.
아버님의 아들자랑은 남 다르셨다.
따지고 보면 평범하고 그저 그런 대한민국의 보통 아들 쯤 밖에 안되는 녀석을 왜 그리 자랑스러워 하셨는지는 끝내 말씀 안하셨었다. 어쨌든 남다른 사랑 받고 자란 둘째 녀석, 지금 그럭저럭 밥 안굶고 살면서 아버님 당신의 기대에 모자라지는 않게 자란것 같아서 꽤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중이다.
어찌어찌, 장가를 왔다리 갔다리(?) 한 끝에, 그야말로 천신만고, 아들을 하나 얻었던 것이 벌써 9년 전이다. 그때 나이 서른 아홉이었으니 그리 빠른 것은 아니었고, 지금까지 길러오면서 남들로부터 ‘애기아빠시군요’라는 소리보다는 ‘할아버지시군요’라는 소리를 더 많이 들어 왔으니 허허...
다행스럽게도 요 늦동이 녀석은, 늦동이 답지 않게 덩치도 그럴 듯하고 지능지수도 쓸만할 뿐 아니라 하는 짓도 밉지는 않은 편이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도 적지 않게 받고 있는 폼이 ‘할아버지같은 애비’를 꽤나 자랑스럽게 만든다. 녀석의 책상 앞에 주렁주렁 걸린 상장만 해도 경기도의정부교육청 교육장님의 표창장을 비롯해서 솔뫼초등학교 교장님이 주신 무슨 상장, 게다가 3학년3반 부회장으로 임명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한태권도협회 경호체육관 김상륜관장님께서 주신 우수상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이쯤되면 9살 현재까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랑스런 아들임이 틀림없는 듯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는 늦동이가 오늘은 애비의 어깨를 더욱 으쓱거리게 만들었는데, ‘경기도 의정부시 승격 40주년기념 통일염원백일장’ 이라는 이름도 기나긴 무슨 대회에서 ‘이슬의 노래’라는 이름도 아름다운 시 한편을 적어낸 것이 떠억하니 초등부 장원을 먹었대나 어쨌대나 ...
5월이 가고 있다. 이름하여 5월을 ‘가정의 달’이라했던 모양이다. 어린이날도 있었고 어버이 날도 있었고 스승님 은혜 잊지말라는 스승의 날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저 선물 몇 개 사서 전해주는 것으로 함께 놀아주는 것을 대신했던 어린이날이 아쉬웠고, 먹고 살기 바빠서 찾아뵙지 못하노라 전화 한 통화로 뭉개버린 팔순장모님과의 어버이날이 가슴에 못내 죄스러움으로 남아있다. 게다가 이름조차 떠 올리지 못하고 추억 한자락 남아있지 못한 우리들 저 유신학교시절의 모든 스승님들께 그들의 무력함 만큼이나 못나게 자란 제자임을 슬그머니 부끄러워 하면서 보내버린 스승의 날이었다.
어치피 사람들은 모두가 누군가의 아들이요 딸들이다. 가정의 달을 보내면서 내 어머니와 내 아버지, 그리고 스승님들, 그들에게있어서 나는 과연 얼마만큼이나 자랑하고 싶은 아들이고 딸일까 한번 쯤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또 우리는 누군가의 어머니요 아버지로 떠밀려 흘러 갈것이기 때문이다.
김행철<TNV 컨설턴트그룹/CEO>
<>
<>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