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 단대신문
  • 승인 2009.08.19 01:15
  • 호수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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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보낸 한 주였다. 2009년 5월의 마지막 한 주는 우리 사회에 정의와 민주의 참뜻을 실천하며 살다 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렇게 지났다. 봉하마을을 찾은 이들만 100만에 이르고, 덕수궁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는 이들은 국민장이 끝난 뒤에도 끊이지를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이토록 뜨거운 까닭은 단순하다. 바보처럼 살았기 때문이다. 약삭 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직했기 때문이다. 벽을 허물었기 때문이다. 낭만적이었기 때문이다. 닮고 싶지만 막상 그렇게 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의 마음 속 분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의 분신을 잃어버린 상처가 너무 크다. 먹먹할 뿐이다.

그는 미안해 하지도 말고 원망하지도 말라고 하였다.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할지라도 자책하지 말라고 하였다. 참기 어려운 분노가 솟구치더라도 미워하지 말라고 하였다. 운명이라고 하였다. 그것은 개인의 운명이었을 뿐 아니라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숙명이었다. 그 운명과 숙명을 피해 돌아갈 줄 모르고 정면으로 맞서려고만 했던 것이 약싹 빠르지 못한 바보의 삶이었다.

그를 보내고 난 지금,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언제 어디인들 사람이 살지 않는 세상이 있었겠는가마는, 사람 사는 세상은 그런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람은 우리 편이고 저 사람은 우리 편이 아니라고 편을 가르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출신 지역과 학벌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법과 원칙이 존중 받는 세상, 부당하게 소외당하는 이들이 없는 세상, 이런저런 사람이 한 데 어울려 살면서 시시콜콜한 정을 나누는 세상, 사람 냄새가 나는 세상, 사람다운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인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를 위하여 배려하고 감싸주는 세상,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편히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세상,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국민장이 치러지고 난 이튿날 새벽 경찰버스가 서울광장을 다시 둘러쌌다. 덕수궁 앞 분향소가 뜯겨져 나갔다. 시민들은 오늘도 전경들이 에워싼 그곳에서 절을 한다. 이를 지켜보아야 하는 현실이 착잡하기만 하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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