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말'이 퀴즈쇼에서 2천만 루피의 문제까지 간 것은 왜일까? 그가 속임수를 썼기 때문에? 운이 좋아서? 아니면 그가 천재였기 때문에? 영화는 이런 질문으로 문을 열었다.
주인공 '자말'은 퀴즈쇼에서 학자, 의사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도 도달하지 못한 천만 루피 단계까지 모두 정답을 맞춘다. 이것이 자말의 속임수 때문이라고 여긴 퀴즈쇼 진행자는 자말을 경찰에 넘겨 조사를 받게 하지만 자말은 정말로 정답을 알고 있었고, 그의 진술은 모두 사실이었다. 그를 고문하던 경찰관은 이렇게 말한다. "왜 들을수록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지?", "넌 솔직한 사람이다. 진실을 말하고 있으니까" 라고. 이처럼 '자말'이 퀴즈에서 천만 루피를 획득한 것은 바로 퀴즈의 정답 자체가 '자말'의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인도. 영화가 보여주는 인도의 모습은 암담하다. 종교적 문제, 빈민층의 생계문제, 앵벌이, 관광객 대상 사기, 극심한 빈부격차 등 자말의 인생을 통해 인도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인도를 여행한 이들에게서 듣는 '뜻깊었던 고된 여정'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고작
몇일을 거쳐가는 타인일 뿐이고, 자말은 인도의 일부였다. 영화가 자말이 첫사랑을 되찾 고자 출연한 퀴즈쇼에서 그의 인생역전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말의 힘들고 고된 인생을 통해 영화는 인도의 부정적 현실을 비춰줌과 동시에 인도의 긍정적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 자말이 일하고 있는 텔레마케팅 회사와 TV를 통해 보여지는 퀴즈프로그램의 시스템을 통해 인도의 IT기술을 보여주고 있고 자말이 훗날 헤어진 형을 만난 곳은 인도 뭄바이의 고층빌딩 건설 현장이었다.
이처럼 영화는 자말이라는 청년의 인생과 그의 퀴즈 도전기를 소재로 인도의 구석구석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헐리우드와 발리우드(인도의 헐리우드)의 합작품으로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골든글러브와 아카데미 등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이후 주말관객 1위를 동원하는 등의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진흙속에 핀 한송이 연꽃같은 '자말'의 인생은 인도의 현실을 보여줄 뿐만아니라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고 있다. 첫사랑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과 어려운 인생을 살면서도 비뚤어진 길로 들어서지 않은 그의 강직함, 빈민층의 삶을 살면서도 돈의 노예가 되지 않는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인도의 비참하기까지 한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그가 빛나는 이유는 바로 그의 그런 모습들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