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전태일 평전
④ 전태일 평전
  • 이민호 수습기자
  • 승인 2009.09.22 19:09
  • 호수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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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시지프스의 돌’을 힘겹게 밀어 올리고 있는 당신에게 온몸으로 말하다

우리 주위에는 성공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서, 또는 물질만능의 욕망에 허덕이면서 힘겹게 ‘시지프스의 돌’을 밀어 올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일찍이 마하트마 간디는 『힌두 스와라지』에서 위와 같은 사람들을 마치 상처가 눈에 띄지 않아 모든 것이 정상이라고 믿고 있는 폐병환자와 같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들에게 정작 불행(不幸)을 행(幸)으로 아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더욱이 삶의 의미에 대한 고려없이 물질주의적 풍랑에 자신을 맡기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가? 조금이라도 머뭇거림이 생긴다면, 전태일을 읽어 보자. 그러면 그가 거칠게나마 당신이 대답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전태일은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으면서도, 스스로 “과거가 불우했다고 지금 과거를 원망한다면 불우했던 과거는 영원히 너의 영역의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 정도로 불우한 환경 때문에 좌절하거나 타락하지 않고, 오히려 불우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그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법에 규정되어 있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분개하여, 평화시장 최초의 노동운동 조직인 ‘바보회’를 창립하여 평화시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의 내용과 현재 근로조건의 부당함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노동실태 조사를 통해 받은 설문지와 서명을 노동청에 제출하여 노동환경의 개선을 촉구했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을 무마하려는 정부의 약속 위반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결국 그는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아니 될 나약한 생명체들,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라는 마지막 일기를 남기고 분신자살한다.
전태일은 지금 살아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죽음으로써 영원히 살고 있다. 전태일이 온몸으로 밝힌 불은 평화시장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로 퍼졌다. 전태일이 비단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인간을 사랑하고 이를 실천한 따뜻한 마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전태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고, 그의 삶을 토대로 만든 영화 또한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더불어 전태일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 및 문학제가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
21세기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전태일이 죽음으로써 지키고자 했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환경을 이 사회가 보장해 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39년 전에 비해 근로조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열악한 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농업개방으로 인한 농업인의 절규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에 대해 이 사회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 담대해 지세요, 어머니, 내가 못 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뤄주세요.” 라고 전태일이 남긴 유언이 우리 사회 안에서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전태일의 온몸을 불사른 불꽃은 쉬이 꺼지지 않고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훨훨 불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민호 수습기자
이민호 수습기자

 sksdlal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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