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가-핑크프로젝트와 미얀마 DVB의 활약
공간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가-핑크프로젝트와 미얀마 DVB의 활약
  • 이원상동문
  • 승인 2009.09.29 21:12
  • 호수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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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공간을 극적인 공간으로 치환 민중투쟁의 현장을 왜곡없이 전달

공간의 영혼 28회차

▲ 핑크프로젝트

 

 

 

 

 

 

 

 

 

 

 

 

장면 하나 :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타격 당한 미국 뉴올리비언즈의 주택재건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가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바로 MIR(Make It Right) project의 일환인 더 핑크프로젝트(The Pink project)가 그것이다. 이는 핑크색의 가설 건조물을 과시하듯 전시하면서 건축 운동을 트랜드한 방식으로 전개한 사례이다.
  이러한 전시효과를 통해 모은 기부금을 사용하여 Lower 9th ward지역의 주거용 건물 150채를 짓는 프로젝트인 핑크프로젝트는 사회문제를 건축운동을 통해 해결해가자고 제안하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모금방식을 통해 한 채당 15만 달러, 총 2천만 달러의 기부금액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웹사이트에 가보면 기자재 하나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였다.(이를테면 화장실 변기를 하나 설치하는데 필요한 돈을 기부하고 싶다면 입체 조감도의 변기를 클릭하면 된다.) 단계별로 집계되는 기부금은 건축공정을 설명하는 핑크색의 설치물 볼륨이 이리저리 짜 맞춰지는 상징적인 전시로 시각화 된다.
  이러한 방식의 건축운동은 재난을 당한 공간을 극적인 무대공간처럼 치환시킨다. 대중들은 이러한 전시성을 담보한 공간을 주목하게 되며, 시시각각으로 변모하는 공간의 역동적 움직임을 통해 자신들의 행위가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사회적 참여를 이러한 순환구조를 통해 가속화 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핑크프로젝트 : 참여의 트랜드화 - 기부금을 끌어들이는 방식

 

 

 

 

 

 

 

 

 

 

 

 

 

 

 

장면 둘 : 미얀마의 독재정권에 항거하여 일어난 2007년 미얀마 민중투쟁의 현장을 DVB(The Democratic Voice of Burma)라는 소규모 게릴라 방송단체 리포터들이 목숨을 걸고 취재했다. 이들의 촬영은 서방세계 언론이 왜곡하고 있는 미얀마 정국을 세계인이 직시할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DVB 멤버들은 독재정권의 탄압 표적이 되었고 검거작전으로 대다수 리포터와 관계자가 검거되었다.(재판판결은 거의 무기징역이다.) 미얀마 민중투쟁의 소요 속에서 진압작전에 나선 군인들은 실탄발포를 하였으며, 사망사건이 속출하였다. 공간 상에 표출되는 권력의 횡포 속에서 게릴라 VJ들의 활약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촬영 파일은 온라인 전송방식을 통해 노르웨이 오슬로로 전송되었고 국경 검문을 초월하는 온라인 전송 방식을 통하여 소요사태의 명백한 진상은 만천하에 공개되었다.(그러나 현장의 위협은 이러한 폭로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공간의 상황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하여 질문을 하게 한다. 첫 번째 사례는 재난지역의 이상을 구현한 환상적인 시각화를 통해 공간을 전시화하며 목적을 성취하는 과정을 이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크프로젝트가 사회적, 공간적 상황을 희화화 한 것이란 인상 없이 전시성이란 문제가 진정성을 가진 사회적 참여이자 예술적 프로젝트의 요소로서 기능하도록 하였다. 재난과 창발적 프로젝트라는 이질적인 내용이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서 발전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는 동인이 된 것이다. 두 번째 사례는 통제를 전면화하는 정치적 상황과 대규모 미디어방송 채널의 왜곡된 보도를 디지털 포맷으로 무장한 게릴라식 취재를 통해 정면돌파한 액티비스트들의 태도와 방식을 주목하게 한다. 일상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하여 사회적 참여가 필요할 때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주어진다. 권력, 정치, 민중, 지식이라는 고리가 공간 속에서 결합되고 사건의 소용돌이가 공간의 정치적 지형에서 전개된다면 우리는 문제를 직시하는 태도와 행동을 선택함으로써 위기와 불의를 돌파해나갈 수 있다. 이상의 두 사례는 해결책을 위한 두 가지 단초일 뿐이다. 나머지 수십 개의 단초를 찾아내야 작업은 온전히 우리들의 몫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한정된 시간 속에서.


 (끝) 이원상 2009.9.26

이원상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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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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