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石混淆
玉石混淆
  • 조상우(교양학부)교수
  • 승인 2009.11.15 12:31
  • 호수 12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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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玉石混淆

; 옥과 돌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는 뜻으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서 좋고 나쁨을 구분하지 못할 때 쓰이는 말.

玉 : 구슬 옥, 石 : 돌 석, 混 : 섞일 혼, 淆 : 뒤섞일 효

몇 년 전 MBC 라디오 프로그램 중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를 개그우먼 김미화씨로 선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이 프로그램의 담당PD는 개그우먼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김미화씨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몇몇 사람들은 개그우먼이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우습다는 등의 야유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진행을 해 보니 김미화씨가 시사와 경제에 대해 잘 몰라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전문가 패널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청취자에게는 더 호응이 좋았습니다. 청취자 중에서 시사와 경제의 용어나 개념을 잘 모르던 사람들이 방송 중 김미화씨의 기초적인 질문을 들으며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김미화씨가 맡은 프로그램은 김미화씨가 맡기 전보다 청취율이 더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제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듣고 있으면 김미화씨는 개그우먼이기에 앞서 시사평론가라고 할만 합니다. 딱딱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전문 진행자가 된 것입니다. 김미화씨의 숨은 능력을 제대로 본 PD의 안목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미화씨를 진행자에서 몰아내려고 합니다. 몇 년간 같은 종류의 시사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손석희 교수도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시키려고 합니다. 이러한 일은 KBS에서 먼저 시작 되었습니다. 정관용, 윤도현, 김제동씨까지 이유가 불분명한 상태로 진행하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였습니다. 대외적인 명분은 출연료가 비싸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석연치가 않습니다.
우리는 왜 이들이 프로그램 도중에 하차를 해야 하는지, 왜 하차를 강요받고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일들이 옳은 일일까요. 여러 사람들 중에서 김미화씨를 진행자로 발탁했던 PD의 안목은 이제 필요가 없는 시대일까요. 이제는 진정한 전문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일까요.


이와 관련한 말이 ??포박자(抱朴子)?? 외편 상박(外編 尙博)에 나옵니다. ??포박자??는 도교서적으로 그 저자는 동진(東晉)시대 도가 계열의 철학자인 갈홍(葛洪)입니다. 외편 상박의 내용을 보면 “옛사람들은 재능을 얻기 어려움을 탄식하여 곤륜산(崑崙山)의 옥이 아니라 해서 야광주(夜光珠)를 버리거나 성인의 글이 아니라 해서 수양이 되는 말은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한위(漢魏) 이래로는 좋은 말이 적지 않게 나오기는 했으나 그것을 추리고 가려낼 만한 성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식견이 좁은 무리들은 피상적이고 편협 된 아집에만 사로 잡혀서 그 깊은 뜻은 살피려 않고 단순한 자의(字意)를 해석하는 데만 급급하고 기이한 것은 가벼이 여기거나 불필요한 것이라 단정하여 생각할 가치가 없다, 뜻이 너무 넓어 사람의 생각을 어지럽힌다고 한다. 또 천박한 시부를 감상하는가 하면 뜻 깊은 제자백가의 책을 하찮게 여기며 유익한 금언(金言)을 하찮게 생각한다. 그래서 참과 거짓이 뒤바뀌고(眞爲顚倒) 옥과 돌이 뒤섞이며(玉石混淆) 아악(雅樂)도 속악(俗樂)과 같은 것으로 보고 아름다운 것도 누더기로 보니 참으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고 기록하였습니다.


갈홍은 이렇듯 쉽고 편안한 것만 찾고,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모르는 세태를 애석해 했습니다. 이러한 애석함이 옛날 일만은 아닙니다. 지금도 똑 같은 실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옥과 돌이 한데 섞여있어 누가 옥인지, 돌인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옥과 돌이 뒤섞였을 때 이것을 골라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누가 그 일을 해야 할까요.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편한 것만을 찾아서는 안 됩니다. 문제가 무엇인가를 찾아내서 치료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생들은 숨어 있는 능력을 발견할 줄 아는 백락의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옥과 돌이 섞이지 않고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말 입니다. 김미화씨를 발탁한 PD의 안목이 지금 시대에 절실하지 않을까요.

조상우(교양학부)교수
조상우(교양학부)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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