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포스트모던과 공공예술
10. 포스트모던과 공공예술
  • 김준기 미술평론가
  • 승인 2009.11.24 17:19
  • 호수 126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당으로 거리로 마을로 찾아가는 소통의 예술


예술이 전시장이나 공연장과 같은 전문적인 예술의 장 속에 갇힌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방상들이면 식당이요, 방석 깔면 거실이고, 이불 깔면 침실인 전근대적 생활 공간 개념을 생각해보자. 근대 이후의 시공간은 쪼개고 나눈 결과 나타난 현상이다. 예술은 어떤가? 예술 개념도 마찬가지다. 근대 이전에는 예술과 기술이 같은 범주에 있었다. 예술이 예술 아닌 것과 따로 나뉘어 있지 않았다. 무당의 지위와 역할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종교인이면서 동시에 종합예술인이다. 매우 유능한 춤꾼이자, 패션리더이고, 래퍼이면서, 소리꾼이고, 음악인이기 때문이다. 근대에 접어 들면서 예술은 독자적인 생산과 매개, 향유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여 그림을 보는 전문 공간과 공연을 보는 전문 공간으로서 전시장과 공연장이 생겼다.

근대적 시공간 속에서 예술은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예술이 근대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전문적인 예술 공간 개념은 인류사의 사유와 감성에 매우 깊은 영향을 끼쳤다. 매체와 영역이 깊고 넓어졌다. 이른바 체계적인 영역분할에 따른 전문화 과정이다. 이러한 분화(分化)는 예술과 종교, 예술과 권력, 예술과 사회 등의 분리를 초래했다. 종교와 권력으로부터 분리된 것은 좋았으나 생활영역 자체와의 분화는 심각한 예술의 위기를 초래했다. 예술 바깥 영역과 접점을 형성하지 않으려는 예술, 즉 탈접점(脫接點)의 미학이 모더니즘 예술의 절정을 장식했다. 이 대목에 이르러 예술은 그 바깥과의 접점 찾기에 나섰다. 그것은 영역 간의 통섭을 매개하는 탈분화(脫分化)의 기획, 다시 말해 탈근대의 통섭 개념으로 나타났다.

길을 걷다가 만날 수 있는 예술 개념도 탈근대적인 통섭 개념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거리의 예술은 탈근대 뿐 만 아니라 전근대에도 있었다. 전근대 시기의 대다수 예술은 전문 공간 바깥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가령 거리의 조각을 생각해보자. 유럽의 유서깊은 도시에는 광장을 지배하는 모뉴먼트 조각들이 있다. 한국에도 거의 비슷한 개념에 입각한 작품들이 존재한다. 종교나 정치 영역의 건축에도 예술작품이 함께했다. 조각이나 회화가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건축과 함께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거리를 걷다가 예술을 만나는 일이 힘들어진 것은 근대적 예술 개념이 팽창하면서 시각예술 작품을 보려면 전시장에 가야하고 공연을 보려면 공연장에 가야하는 전문화 과정을 거치면서부터이다. 탈근대의 기획은 예술을 전문공간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움직임이다.

근대적 예술 개념을 벗어나기 위한 공공예술 개념이 활성화 된 것은 유럽의 경우 1960년대 68혁명 이후의 일이고, 한국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벌어진 현장예술운동 이후의 일이다. 68혁명은 문화혁명으로 불릴 만큼 문화적 영역의 담론장이 활성화 되었다. 근대적 기획에 따른 산업사회의 팽창이 두 차례에 걸린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마당에 근대의 문명에 관한 총체적인 반성이 이어졌다. 크게 보면 포스터모던 담론과 실천은 60년대 후반의 사회운동과 예술운동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한국의 1980년대는 민주화 운동의 격랑 속에서 정치적 변혁기를 거쳤다. 이 가운데 현장예술은 전문적인 예술의 장이 아닌 삶의 현장이나 거리와 광장의 물결과 동행했다.

오늘날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술은 매우 다양하다. 공공미술은 가장 대표적으로 거리의 표정과 색깔을 바꾸고 공간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성찰하는 예술이다. 극장이 아닌 마당을 찾아나선 거리공연의 형태도 생활공간으로 뛰어든 예술 실험이다. 광장에서 만나는 행위예술은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의미에서 사회적 인식과 감성을 바꾸는 액티비스트 아트로 진화하고 있다. 마을로 찾아간 예술가들이 공동체의 가치를 개발해서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예술을 만드는 커뮤니티 아트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예술의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다. 요컨대 공공예술은 예술적 소통의 공간을 공공장소로 바꾸고, 공공의 의제를 다룸으로써 공공영역(공론장)을 형성하는 탈근대적 예술개념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김준기 미술평론가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