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든, 이야기를 하든 심지어 시험문제를 풀든 무언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다. 핵심을 파악하는 것은 곧 규칙을 깨닫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고 그 규칙을 잘 이해하고 숙지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영화 <쏘우(Saw)>를 보면 주인공 직쏘가 잔인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들에게 숙지하는 말이 있다. ‘룰을 기억해!’
그렇다면 대화의 룰은 무엇일까.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를 뜻한다. 대화의 더 깊은 의미는 상대방과 이야기하며 상대방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대화의 룰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끌어내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상황을 바라보는지 이해하면 상대방의 행동도 파악할 수 있다.
영화 <세븐데이즈>를 만든 윤재구 감독의 새 영화 <시크릿>에서 대화의 룰은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법칙이다. 영화는 범죄 조직의 2인자가 칼에 찔린 채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살해 현장에 출동한 강력반 김성열 형사(차승원)는 범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리잔의 립스틱 자국과 떨어진 단추, 귀걸이 한쪽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그 증거들은 모두 아침 집을 나서던 아내 지연(송윤아)이 착용하고 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성열은 라이벌인 최 형사(박원상)의 눈을 피해 증거물을 없앤다. 하지만 피해자의 친형이 악명 높은 칠성회의 보스 재칼(류승룡)로 밝혀지고 재칼은 수사에 개입해 가해자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또 수사가 진행되며 나오는 증거들은 성열의 아내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영화에서 성열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자신의 아내에게 계속 묻는다. “그날 거기 갔었어?” 그리고 그의 아내는 대답한다. “당신은 그게 중요해?” 그러면 남자는 다시 말한다. “우선 도망가자.” 남자는 사건에 집착하고 여자는 원인에 집착한다. 여러 차례 이뤄지는 그들의 대화에는 의문만 있고 대답은 없다. 서로에게 계속 말을 하지만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그들의 대화는 허무한 동어반복일 뿐이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그랬나’가 아니라 ‘왜 그랬나'이다. 그리고 ‘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사실 우리에게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대화가 잘 이뤄지면 풀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누군가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잘 생각해보자.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나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한 건 아닌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답해 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