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건 '함께'있었기 때문
그들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건 '함께'있었기 때문
  • 이승제 기자
  • 승인 2010.03.23 18:54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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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여동생과 포옹하고 있는 라이언(조지 클루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의 <섬>전문-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유입됨에 따라 공동체 개념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윽고 개인주의가 그 틈새를 재빠르게 메우기 시작했다. 요즘은 가족이 함께 영화관에 가도 각자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나와 만나는 시대다. 이처럼 개인주의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나서는 인생을 설계하는 데도 '나 자신‘이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기주의자가 아닌 개인주의자이다. 개인주의자들은 개인의 목표와 욕구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독립성과 자유를 추구한다. <인디에어>는 바로 개인주의자 라이언(조지 클루니)의 인생을 그린 영화이다.

해고전문가 라이언이 사는 적자생존의 사회 속에서 타인을 위한 배려는 낭비다. 이 때문에 라이언은 주위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가끔 외로운 마음이 들 때면, 라이언은 인스턴트식 만남으로 이를 달래곤 한다. 이런 라이언의 삶은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효율적이고 완벽해 보일지도.

그런데 홀연히 라이언은 왜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꼈을까. 기자는 그의 생각을 변화시킨 동력은 라이언의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라이언이 철저히 개인주의자가 되기를 바랄수록 그의 삶의 한 부분은 텅 비어간다. 그가 마일리지에 집착을 했던 이유도 비어있는 마음을 채우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정말로 우리 마음에 안정과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라이언에게서 해고를 통보받은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다. 그들의 말은 우리에게 슬며시 메시지를 건넨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그들이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방식은 다양하다. 이는 개인적 취향이기 때문에 단 한 가지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때론 인간관계 자체가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한다. 유대를 쌓아간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나탈리가 라이언에게 충고한 것처럼 진심 속에서 함께해야하고,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깊은 유대감을 쌓아갈 사람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절망 속에 있을 때 희망의 빛을 비춰주는 사람들은 깊은 유대감을 지켜왔던 친구들과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시 <섬>에 덧붙이고 싶다. “섬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함께 술을 마시고/노래를 하였다/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는/잠시 멀어져 해변의 주위를 거닐다가/다시 그들이 생각나면/ 곁으로 다가가 함께 춤을 추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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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han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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