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간극이 시작되는 순간과 괴리된 공간인식의 시작
④ 간극이 시작되는 순간과 괴리된 공간인식의 시작
  •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동문
  • 승인 2010.04.15 00:02
  • 호수 12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해방직후 삶의 터전을 찾아서.
▲ 남과 북을 갈라놓은 철책선.
▲일제시대 가난한 생활상,

 

 해방 직후에서 분단까지 공간이 분열되고 이데올로기의 공기가 민중의 삶을 굴곡지게 장면하나. 학부시절(2003년 여름) 동경 시나가와에 있는 내 친구의 할아버지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어린 시절 현해탄을 건너와 일본에 정착하신 분이셨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하셔서 지금은 시나가와에 3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살고 계셨다. 정말 맛있는 쓰시 도시락을 대접받았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나는 정말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조총 사람들은 재일한국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같은 민족, 한 식구로 생각하지. 물론 조선사람들이 이국땅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남쪽과 북쪽이 보여준 태도는 달랐지…” 할아버지는 말씀을 조금 아끼셨지만 위와 같은 흐름의 계속된 질문에 차분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일본의 재외동포 커뮤니티에는 역사적 인식의 층위가 매우 다양하며, 그 관계가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장면 둘. 한 장의 사진. 미군과 소련군이 한자리에 합석하여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나누고 있다.(도대체 말이 되는 상황인가?) 물론 말이 된다. 냉전의 시간이 도래하기 전 미국과 소련은 파시즘이란 공동의 적을 상대로 함께 전쟁을 수행했다.

모처럼 휴식시간을 맞아 공부의 연장선에서 2000년 중반 일본의 훗카이도 조선학교 사람들을 다룬 고 조은령님과 김명준씨의 작품(우리학교, 2006)이 안고 있는 고민에 동참해보았다. 이를 다시 한반도 해방 직후의 정세와 사회구성(social formation) 논의를 연계시켜서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지면의 문제제기는 ‘조선국적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조선학교 아이들이 자신의 조국을 북한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들이 수학여행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온 뒤 느끼는 자긍심을 우리 남한의 같은 또래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조선학교의 실제 국적이 꼭 조선으로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한국 등으로 다양하다.) 쟁점을 촉발시키는 지점이 매우 다양하여 문제의 핵심으로 파고들 수 있는 토픽 하나를 끄집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일정부분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고, 메이져 신문에서도 줄곧 분단과 한국전쟁 관련 기사를 보수적으로 다루고 있어 우리의 역사인식론은 때로 균형 잡혀 있지 않을 때가 있다. 역사적 정황 속에서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시간과 마주할 수 있다.

그 시간은 해방부터 분단되기 이전까지의 시간, 이해관계가 정립되어가고 갈등이 첨예해지는 시간이다. 나는 그 시간을 ‘간극이 시작되는 순간과 괴리된 공간인식의 시작’이라고 부르고 싶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직후부터 분단 상황까지의 전개과정을 우리는 의외로 모르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일본의 패망을 감지한 여운형 등은 안재홍 등과 함께 민족의 독립과 정권 수립 등의 강령을 가지고 조선건국준비위원회(이하 건준)를 결성한다.

건준은 친일세력을 제외한 전방위적 정치연합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건준은 45년 9월 6일 인민대표자회의를 여는데 이승만과 여운형이 주축이 된 조선인민공화국(이하 인공)을 선포한다. 인공에서는 일제 법률 폐지와 토지문제 방침을 주장하지만 지주 등 기존 기득세력의 저항을 받는다. 이후 인민위원회는 정치적 세력(사회주의, 민족주의)에 따라 분열된다. 미군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포함한 일체의 중앙 헤게모니를 인정하지 않았다. 즉 한반도의 좌익제거를 위해 신탁통치를 추진한다. 미군정은 친일파 성격이 강한 한국민주당 세력과 관계함으로써 친일세력이 득세하는 빌미를 제공한다.

 미군정은 일본인의 재산을 압류하는데 이를 적산(敵産)으로 규정한다. 민중은 이 재산을 민중의 것이며 돌려받아야 한다고 여기지만 일제의 수탈기관인 동양척식주식회사 소속의 토지를 미군정이 관리하게 된다. 우익진영과 좌익진영의 이합 과정은 철저하게 신념에 대한 것이었음으로 처음부터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타국(일본)에서 고초를 겪어야 했던 일반 민중의 시련은 분단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자신이 떠나온 고향(조선)은 하나였지만 남북 한쪽을 강요받기 시작한 것이다. 공간이 분열되고 이데올로기의 공기가 민중의 삶을 굴곡지게 한 것이다. (1부 끝)

이원상(도시계획·부동산·05졸) 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