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갑의 시사터치
조영갑의 시사터치
  • 조영갑
  • 승인 2010.05.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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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믿지 못하는 이유


그런 때가 있었다. 군대 갔던 아들이 말없는 주검으로 돌아왔다. 해당부대에서는 자살이라고 발표하고 서둘러 장례를 치르려 한다. 말없는 아들은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들은 자살을 할 리가 없는 굳건한 녀석이었다. 분명한 타살이었다.

1990년 11월, 학생운동을 하다 입대한 남현진 이병의 경우가 이와 같다. 그는 석 달 뒤 부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국은 부대 부적응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 내린다. 하지만 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남 이병이 구타로 인해 사망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위원회가 진상 접수를 받은 600건 가운데 군 당국이 단순 자살로 발표했지만 타살로 밝혀 진 죽음만 17건에 이른다. 진상을 밝혀내지 못한 영구 미제 사건만 48건이라고 한다.
군대의 생명은 보안이다. 군대가 열리면 치명적이다. 적은 항상 그 틈을 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는 철저히 ‘닫힌 집단’일 수밖에 없다. 이런 군대의 속성은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햇볕이 닿지 않는 음습한 곳에선 곰팡이가 피기 쉽다. 군대가 책임져야 할 사건이 터졌을 때 엉뚱한 생각을 하기 쉬운 것이다. 타살을 자살 사고로 허위 발표하는 게 단적인 예다.

천안함 사건을 조사한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놓고 말들이 많다. 최고의 과학자와 각국의 전문가들이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을 내놓았는데도 잡음이 가시질 않는다.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 유력정치인은 “발표를 믿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고, 다른 유명한 학자는 “0.0001퍼센트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천안함 침몰 당시 서해상에는 촘촘한 감시망이 펼쳐져 있었고, 어뢰 추진부에서 발견된 ‘1번’이라는 표기가 북한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북한의 기술이 그 정도로 높지는 않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이들은 모든 게 ‘군의 자작극’이라고 말하고 싶은걸까. 혹은 그들은 모두 ‘친북좌파’이기 때문에 이런 망발을 하는 것일까. 그건 내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군대의 폐쇄성이 ‘불신집단’을 양성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보안과 통제라는 ‘전가의 보도’로 많은 책임을 회피해 왔다. 자살 조작 같은 만행은 국민들에게 군에 대한 불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천안함 사건을 두고 벌이는 논쟁의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실제로 군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철저히 통제했고, 직접 타격을 받았다는 가스 터빈실을 발표 하루 전에야 인양하고 공개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보안도 중요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일말의 의심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적 단합도 온전한 납득이 전제가 돼야 가능한 법이다. 당연한 것이다. 보이지 않으면 믿으려 하지 않고, 미덥지 않으면 의심하게 되는 이치는.

조영갑(언론영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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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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