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환경에서는 노벨상을 기대할 수 없다

.l승인2016.10.11l141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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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노벨상 소식이 날아든다. 분야별 올해의 수상자가 누구인지, 그들의 성과는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그리고 왜 우리나라는 노벨상 수상자가 없고 그 배경은 무엇인지 등 쳇바퀴 돌듯 유사한 보도가 반복된다. 그 중에는 국내 기초과학 분야의 열악한 연구환경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항상 거기까지다. 

 

노벨상이 인류 최고의 가치는 아닐지언정 노벨상이 갖는 세계적 권위나 연구의 성과를 고려한다면, 우리의 연구환경이나 학문적 풍토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할 것이다. 몇 가지만 보자.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국내총생산 대비 4.29%(2015년 기준 약 18조원)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 중 기초과학에 투입되는 예산은 6.4%에 불과하다. 이는 기술의 토양이 되는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지난 3월 알파고가 주목받자 정부는 ‘한국형 알파고’ 계획을 내놓았다. 이처럼 시류를 타는 정부 지원계획이나 학문적 풍토에 대해 어떤 학자는 “이러한 정부의 계획은 마치 기초과학 투자를 늘리지 않고 노벨상을 바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연구 일선에서 찾을 수 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연구조직은 정부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문서작업이나 공무원 응대에 많은 시간을 쏟기 때문에 정작 연구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모든 연구자가 그럴 리야 없지만, 공무원들이 연구투자와 지원 예산을 주무르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결국 정부 주도의 연구지원 체계만으로는 노벨상이 나오기는 힘든 환경인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한 동안 대학가는 교육부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과 ‘대학 인문역량강화(CORE) 사업’을 두고 대학구성원들 간의 논의가 뜨거웠다. 프라임사업은 산업별·직업별 인력수급 전망에 따라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등 이른바 ‘청년 취업난 극복’에 초점을 맞췄고, 코어사업은 사회수요에 부합하는 실용 인문학 육성을 목표로 한 것이다. 물론 두 사업의 성과는 시간을 두고 평가해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나 교육당국이 주도하는 대학지원 사업은 전형적인 하향식 정책이며 관 주도의 획일적 교육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교육 현장의 한탄을 교육당국은 깊게 고민해야 한다. 

대학의 미래는 대학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대학다워야 한다. 대학은 제도적 자율성을 지녀야 하며 교원들의 자유로운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곧 개교 70주년을 맞는 우리 대학은 캠퍼스 특성화 사업을 통해 축적된 역량과 진지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립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ICT와 BT에 초점을 둔 특성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의 근간이 되는 기초학문 연구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수준 높은 융합교육과 연구는 탄탄한 기초학문의 토양 위에서 싹을 틔울 수 있다. 노벨상이란 이런 과정의 산물일 뿐이다.


.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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