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2017년 한국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12만3천858명을 유치하며 지난해 대비 18.8%의 유학생 인구를 증가시키는 성과를 냈다. 학령인구 감소, 유학수지(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유학생의 교육비용과 국외로 유출되는 내국인 유학생의 교육비용간 차이) 적자, 생산인구 감소 등의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오는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교육부의 추진계획에 힘입어, 대학가는 지금 어느 때보다 유학생 유치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대학도 유학생을 지난 2015년 410명에서 올해 856명으로 증원하는 등 국제화 사업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2027년 도전과 창조의 글로벌 대학을 목표로 삼는 ‘Dynamic Dankook 2027’ 4대 핵심과제를 통해 ‘국제화’를 캠퍼스 안에 융화시키려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방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한 축.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국제화 사업의 현주소를 진단해보고자 한다.
■ 한국대학생활 동상이몽
올해 국제경험을 쌓기 위해 모국을 떠나 우리 대학에 찾아온 학위과정 유학생은 446명, 연수과정 유학생(교환학생 등)은 374명이다. 우리 대학 유학생이 53개 국적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낯선 한국에서의 대학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이에 학사과정 유학생 에드워드 응(국제경영·2) 씨와 교환학생 왕관(21) 씨, 츄 리(22) 씨를 만나 그들의 한국대학생활 적응기를 들어봤다.
# I LOVE KOREA, BUT…
에드워드(말레이시아) : 평소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한국어를 배우고자 우리 대학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시설 등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학습 지원 가이드라인의 마련, 한국 학생과의 많은 교류의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왕관(중국) : 최근에 가족이 한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우리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한국어 교육 수업의 진행 방식에는 만족하지만, 한국어로 지원되는 우리 대학 공식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교환학생을 관리하는 시스템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츄(베트남) : 한국 음식과 드라마를 자주 접한 것이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됐다. 막상 우리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한국어 위주의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고, 교내 버스비 무료, 우체국, 와이파이 등 학교생활에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적이 있다.
이러한 외국인 유학생의 속사정을 통해 한국어 위주의 수업, 한국 학생과의 교류 기회와 학습지원프로그램의 부족, 학사 관련 정보 전달 실패 등 우리 대학에서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산적해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 공부를 그만두고 학교를 떠나가는 유학생
일부 유학생은 한국의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교육과정을 수료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 우리 대학의 경우 중도탈락한 학위과정 유학생은 지난해 기준 100명 중 5.6명꼴이었다.
우리 대학은 2015년 대비 2%P의 중도탈락률을 하락시키는 성과를 냈다. 이와 관련해 국제처 글로벌교육팀 관계자는 “2014년 국제처 조직 개편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담당 부서를 신설했다”며 “특히 2016년부터 DKU 국제화 지원센터, 전공튜터링, 한국어 교육과정 등 보다 적극적인 유학생 지원책을 신규 운영한 결과가 중도탈락률 하락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유학생 중도탈락률은 지난해 기준 전국 4년제 대학의 학위과정 유학생 중도탈락률(5.9%, 대학알리미 자료)과 유사한 수준으로, 이는 우리 대학이 유학생에게 더욱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학사 생활적응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국제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 ‘유학생 맞춤형 전공수업 부재’ 해결 시급
우리 대학 학위과정 유학생으로 입학하기 위해서는 토픽(TOPIK, 한국어 능력 시험) 6급 중 3급(예체능 계열 2급)을 취득하거나 이에 준하는 교내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 토픽 4급 이상 취득이 졸업요건이므로, 대부분의 유학생은 졸업 전까지 토픽 중급(3, 4급)을 취득한다. 대학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우리 대학 학위과정 유학생의 토픽 4급(예체능 계열 3급) 취득률은 31.6%에 달한다.
토픽 중급의 실력은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고, 기본적인 시사 문제를 다루며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토픽 중급 이하의 한국어 능력을 보유한 유학생은 한국어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학문을 위한 한국어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유학생을 위한 교육환경 정착 필요해
이번 학기에 12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김옥성(국어국문) 교수는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한국 학생과 같이 듣는 수업에 따라오지 못하는 유학생이 많다. 이러한 학습 부진을 막기 위해 유학생들을 별도로 불러서 공부 요령, 시험 답안 작성 방법 등을 안내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교육팀은 이러한 학습환경을 개선하고자 지난 2011년 2학기부터 매 학기 ‘유학생 전용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유학생 전용교과목은 한국 학생의 수강신청을 제한하기 위해 매 학기 방학마다 수강신청이 이뤄지며, 유학생으로부터 별도의 수강신청서를 접수받아 진행된다. 글로벌교육팀 관계자는 “향후 외국인 유학생의 특성을 파악하고 대학 수업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전문 교·강사 인프라 확보 및 육성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유학생의 학습 부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관해 김 교수는 “유학생을 위한 분반 시스템을 개선하고, 같은 학과 내 멘토링제도를 활성화한다면 유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우리 모두 유학생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우리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에 있어 급진적인 성장을 이룬 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국제화 역량 인증대학’ 최고등급에 선정됐다. 그러나 앞선 취재를 통해 유학생의 실상을 들여다본 결과, 우리 대학은 지난해부터 신규 유학생 지원프로그램을 개설·운영했음에도 지난해 대비 약 2배 증가한 유학생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됐다.
# 학교 당국과 학생들의 관심 요구돼
이러한 유학생의 고충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첫 번째 열쇠는 유학생과 한국 학생 간의 활발한 교류다. 유학생 사이에서는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한국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한국 학생과의 대화 경험을 쌓는 것을 꼽는다. 미국 출신 교환학생 블레어 프레이터(27) 씨는 “한국에 오기 전 한국 학생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구성원으로서 유학생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위한 학생과 학교 당국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이에 글로벌교육팀 관계자는 “전공 튜터링의 경우 많은 유학생이 참가를 신청하고 있지만, 한국인 튜터 참가 부족으로 인해 대다수의 유학생이 매칭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학생이 유학생과의 교류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제학생회 GTN 이윤수(행정·3) 회장은 “한국인 회원 1인당 5~8명의 유학생을 담당하기에 학업 문제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학교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유학생 인원수에 적합할 수 있도록 국제학생회 프로그램을 다양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수민 기자·김진호 수습 기자 | 정리=양민석 기자
장혜지 일러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