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공화국’ 대한민국. 교육계, 혹시 너도 유투? ②
‘미투 공화국’ 대한민국. 교육계, 혹시 너도 유투? ②
  • 김진호·안서진 기자 | 정리=김한길 기자
  • 승인 2018.03.14 00:52
  • 호수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투 운동으로 다시 쓰여 지는 성폭력 보고서


[교육계] 성폭력 처벌의 구조적 딜레마
 


1 절차상의 딜레마 : 학생 의견 반영 VS 전문성 보장

우리 대학 손 모 교수는 지난 해 3월 6일,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6월 5일 징계가 해제돼 2017년 9월 1일자로 사회과학대학 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교양학부 교수로 소속 변경됐다. 이에 학생들은 가벼운 징계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징계 과정에서 재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큰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교원 징계에서 재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사립학교법(교원징계위원회의 설치 및 구성) 제62조 1항
사립학교의 교원의 징계사건 및 단서에 따른 교원의 임명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하여 그 임용권자의 구분에 따라 학교법인·사립학교경영자 및 해당 학교에 교원징계위원회를 둔다.”

징계위원으로 임명 가능한 교원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법관, 검사 또는 변호사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나. 대학에서 법학, 행정학 또는 교육학을 담당하는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 중인 사람
다. 공무원으로 20년 이상 근속하고 퇴직한 사람
라. 그 밖에 교육이나 교육행정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인정되는 사람


학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사안의 경중을 일차적으로 판단한다. 만약 사안이 무겁다고 판단하면 법무감사팀에 감사를 요청하고, 감사의 결과에 따라 교원징계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양형을 결정한다. 이때 사립학교법 62조에 근거해 학생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교원징계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학의 삼 주체 중 하나인 학생의 의견이 배제된 채 행정절차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죽전캠퍼스 전병재(과학교육․4)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된 행정 처리에 반대하며 손 교수의 복귀 전면 철회를 우리대학 학교 측에 요구한 바 있다. 이에 학교 관계자는 “이미 학교 징계나 법적 처분이 끝난 사항이므로 두 번의 처리가 동일한 사건에 진행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또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이홍복 담당관은 “징계라는 것이 한 개인의 인생을 정하는 중대한 결정이기 때문에 학생을 배제하고 관련 전문가로만 징계위원회가 꾸려지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모든 대학에서 이뤄지는 징계는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오로지 교수와 관련 전문가로만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양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과 교원 모두 똑같이 동등한 대학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징계의 의견은 배제되고 교원들의 의견만 반영되는 불균형 현상이 불가피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징계 결과에 대해서 학생들이 기대하는 정서적 수준과 학교당국의 입장은 늘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는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로 남는다.

 

2 처벌 내용 공개의 딜레마 : 피해자 보호 VS 처벌의 투명성

사실 처벌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없다는 경우엔 법적으로 명시돼있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건의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학교 측에서 밝히지 않은 것은 징계가 과연 정당하게 이뤄졌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사립학교법 제66조 5항 (비밀누설의 금지)
교원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아니 된다


언론 담당 부서인 죽전캠퍼스 홍보팀 김남필 팀장은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회의록 열람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도 불가능하다”며 “특히 성폭력 사안의 특성상 사실관계의 확실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 분쟁의 여지가 있어 사안의 당사자조차도 왜 이런 징계 수위가 나왔는지 알지 못한다. 오로지 수사기관에서 의뢰를 하는 경우에만 열람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즉 피해자 보호라는 명목 하에 기본적인 징계 이유조차 재학생뿐만 아니라 사건의 당사자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폐쇄적인 징계 절차는 징계 결과를 사안의 당사자와 재학생 모두에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든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징계절차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절차상의 문제로 어떠한 징계 결과가 나오든 결과를 둘러싼 갈등과 의견 차이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피해자 보호와 징계절차의 투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현명하고 유연한 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다. 이에 교육부 성폭력 근절팀 이경용 기획담당관은 “최근 교육부에서 성희롱 성폭력 근절 지원팀이 마련됐다”며 “향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신고센터를 구축해서 직접 피해사례를 받았을 때 각 대학 또는 교육청에 조사하게 하고,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직접 조사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3 처벌의 정당성 딜레마 : 처벌의 형평성 보장 VS 처벌도 대학의 자율

앞서 말한 징계 절차의 폐쇄성은 자연스레 처벌 수위의 적절성 문제로 이어진다. 징계위원회가 외부인사 1명을 제외한다면 교수들로만 이루어진다는 점, 또 징계 이유가 공개되지 않는 점들을 고려해볼 때 정직 3개월이라는 처벌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심은 남아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손 교수의 경우는 수사당국에서도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판단을 하고 수사를 포기한 상태”라며 “물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학원에서 완전히 퇴출되는 해임이나 파면과 같은 징계를 내리기는 힘들다”고 징계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교내의 일을 학교자체에서 판단해 징계 수위를 정한다는 점에서 공정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대해 상급기관인 교육부가 개입할 여지는 없을까. 이에 이 기획담당관은 “사립학교 내 징계에 관련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학교법인의 처분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 교육부가 직접 처벌 과정에 개입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즉 각 대학마다 문제의 교원 징계를 대학 자율에 맞기다보니 같은 잘못을 해도 징계 수준이 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징계 결과의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징계 형평성 문제는 정당성문제로 이어지는데, 이는 학교 측에서 성폭력 사건의 경우 판례가 충분히 연구돼있지 않아 징계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있다.
 

이에 학교 관계자는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공론화 된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과거엔 공적문제라기 보단 사적문제로 여겨져 신고와 고발이 접수되는 경우가 적어 관련 판례가 부족했다”고 학교 측의 미흡함을 인정했다. 그러나 “현재는 인권센터에서 성폭력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로 했으며,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체계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보다 형평성을 갖춘 징계 절차를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이와 같이 절차상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다른 가치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딜레마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교육부는 관련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관련 수칙이나 기구를 만드는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하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성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도저히 징계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면……. ‘수업 거부권’

징계 절차나 결과에 끝까지 동의할 수 없다면 수업을 거부하는 방법이 있다. 법적으로 학생들은 수업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수업 거부를 해 교육부에서 재학생의 수업권이 침해될 정도로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교육부에서 행정감사를 나온다. 다만, 감사를 한다고 꼭 처벌이 이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안의 심각성이 인지되면 교육부에서 수사당국에 수사의뢰를 할 수 있어 징계 절차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개입할 순 없지만, 징계의 결과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법적 처벌은?

법무법인 ‘광장’ 소속 김현준 변호사는 이번 미투 운동이 단순한 고발에 멈추지 않고 실제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미투 운동으로 고발된 사건이 경찰의 인지수사나 피해자의 추가적인 고소를 통해 수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 등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돼 있다면 실제 처벌까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방법을 제시했다.
 

또,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성폭력 사건의 경우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성폭력범죄는 폐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목격자 등 피해자 진술 외에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지만, 피해자 진술이 수사 및 재판 단계에서 일관돼 있다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변호사는 “오랜 시간이 지난 성폭행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 사실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면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된다”며 “이렇듯 오랜 시간이 지난 성폭행 사건도 경우에 따라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에 알릴 것을 당부했다.

 

Epilogue
미투 운동 후에 우리가 가질 마음가짐

성폭력사건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미투 운동으로 인해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 피해사실들이 공개돼 많아 보이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지만 여전히 성폭력 상담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입을 2차 피해를 우려한다. 우리 대학 양성평등상담센터 장현심 상담관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알리고 난 뒤 2차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의도적으로 노출된 옷을 입거나 술자리에 있는 등 성폭행 당할 여지를 주지 않았냐는 식으로 피해자에 상처를 주곤 한다”며 우려했다.


이렇듯 우리는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 가해자들을 비난하는 것보다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노력과 성폭력 사건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한 우리 대학 손 교수의 경우에도 무조건적인 강한 처벌을 주장하기 보단 징계 절차에 대한 부당함이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발전적인 방향이 될 것이다.

특집이 나간 뒤에도 피해자들의 고백들이 쏟아질 것이고 이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에 공유되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가해자를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감정을 반복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대학생인 우리는 성숙한 지성인인 만큼 잠시 감정은 거두고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보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김진호·안서진 기자 | 정리=김한길 기자
일러스트 고다윤·채은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