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웠던 방학을 뒤로하고 개강을 마주하면 많은 과제로 머리는 빙글빙글 돌고, 잦아진 술 약속에 속이 뒤집히는 일이 많아진다. 중국사람들은 이렇게 온갖 것이 뒤죽박죽 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을 마라탕 같다고 말한다. 마라탕은 쓰촨식 샤부샤부에서 변화된 요리로 중국에서 매운맛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며 중국의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샤부샤부와 다른 점이라면 손님이 직접 고른 재료를 한데 섞여 요리된다는 점. 개강 후 맞이한 스트레스와 숙취를 이국적인 매운맛과 얼큰한 국물로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혜지 개강하고 나니까 술 약속이랑 과제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아. 매운 음식 한번 먹으러 가지 않을래? 요즘 뜨고 있는 마라탕 어때?
병찬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환영이야. 그런데 나는 매운 것을 잘 못 먹는데? 매운 음식에는 요구르트나 쿨피스지. 지금 얼른 사와야겠다.
혜지 아니야 매운맛을 순한 맛, 보통 맛, 매운 맛, 정말 매운 맛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서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도 땀 흘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순한 맛으로 시켜볼까?
병찬 좋아. 그런데 주문이 좀 특이한걸? 보통 요리만을 주문하는 데 여기서는 요리에 들어갈 재료를 직접 고르네? 게다가 재료의 가짓수가 굉장히 다양해. 새송이버섯, 청경채 같은 신선한 채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면이 준비되어 있어. 음. 나는 당면이랑 목이버섯, 낙지를 넣을래.
혜지 고른 재료들로 마라탕, 마라샹궈, 마라반 세 가지 요리 중 하나를 고르자. 아 참 마라탕은 알다시피 국물 요리고 마라샹궈는 볶음, 마라반은 볶음밥이야.
병찬 계산은 정가가 아닌 무게로 따지는구나. 딱 먹을 만큼만 주문할 수 있다니 좋은걸? 우리는 마라탕과 마라샹궈를 먹어보자. 아 참. 고기는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중에 선택할 수 있어. 우리는 마라샹궈에 양고기를 넣지 않을래?
혜지 좋아 먼저 마라탕을 먹어보자. 마라탕은 뭔가 중국 특유의 고추기름 향이 나는 것 같아, 그런데 전혀 기름 향이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걸? 너는 어때?
병찬 국물이 굉장히 얼큰하네. 순한 맛을 시켰더니 약간 심심한 것 같기도 해. 향신료 향이 이국적이지만 한국 사람들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아!
혜지 국물이 약간 심심한 것 같다면 이건 어때. 곁들여 먹으면 좋을 거야. 마유와 중국식 식초, 그리고 고추기름이야. 이걸 빼놓고 먹는 건 마치 순댓국에 다데기를 풀지 않고 먹는 것과 같지.
병찬 원래도 맛있었지만, 더 맛있어졌는걸. 마라탕은 건더기보다는 국물이 핵심인 것 같아. 국물 맛을 살릴 수 있는 재료인 새우나 목이버섯을 넣는다면 국물 맛이 끝내주겠어.

혜지 다음은 마라샹궈를 먹어보자. 굉장히 강렬한 매운맛이네. 볶음요리여서 그런지 마라탕에서 느꼈던 향신료 향도 더 강한 것 같아!
병찬 하지만 이 향신료 향이 양고기 특유의 향을 잘 잡아주는 것 같아. 소고기보다는 얇으면서도 돼지고기보다는 진한 식감이야!
혜지 정말 매운데 계속 손이 가는 이유는 뭐지? 마치 매운 떡볶이를 계속 먹게 되는 그런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병찬 배부르게 잘 먹었다. 이렇게 양도 많으면서 맛있고 비싸지 않은 요리는 드문 것 같네. 다음에 다시 오면 마라반도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