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러운 것은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다
탐욕스러운 것은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다
  • 단대신문
  • 승인 2022.03.15 14:36
  • 호수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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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라는 기계가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은 실로 막강하다. 컴퓨터는 외부로부터 주어진 자료나 명령을 고정된 물질이 아닌 상태로서의 숫자 형태로 컴퓨터 내부 메모리에 저장하고, 저장된 값들을 덧셈을 기본으로 하는 연산장치로 끄집어내 계산한 후, 결과를 메모리에 저장하는 과정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반복한다.


이 단순한 과정이 복잡하게 느껴지는 소프트웨어가 돼, 바벨탑 신화의 재현처럼 인간은 신이 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우리가 발로 딛고 있는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자아성취를 새로운 가공의 세상에서 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혹세무민이 마치 새로운 미래에 대한 신기한 예언인 듯 정신없이 기계가 만든 정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러한 행위의 주체는 정당하지 못한 대가를 받고 자신이 하는 이야기가 뭔지도 모르면서 미디어 또는 정책이라는 어두침침한 밀림 속에 숨어 먹이를 노리고 있는 비열한 아귀와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존중받지 못할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아수라장은 왜곡된 자본시장이자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일그러진 험악한 얼굴을 가진 메두사들이 무지한 대중에게 피폐한 결과의 당연함을 속이면서 파는 싸구려 거짓 상품들의 경연장일 것이다. 더욱 경악할 것은 이 모든 것이 합법적으로 정책화되고 사업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우주의 시간과 비교하면 그렇게 짧아 보이는 순간에도 유사한 과정을 수없이 거치며, 도륙과 수탈을 당한 인간성을 번번이 복구하면서 자신의 겸허한 존재성을 실낱과 같은 시간 속에 남기면서 살아온 존재라는 반동의 현실을 우리는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볼 수 있다. 


컴퓨터가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디지털이라는 공간은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공간이며, 디지털 공간 생성과 함께 인간은 물리적 우주 공간과는 다른 차원에 새로운 인위적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 점이 현재라는 시공을 구성하는 성과이자 실존과 허위가 격돌하는 아수라장의 시초가 된 것이다. 


우주가 존재한 약 138억 년을 그레고리력의 1년으로 변환한 우주력에 따르면, 12월 31일 자정 14초 전에 무엇인가를 물리적 수단을 통해 문자로 남겼던 인류가 자정 0.2초 전에 디지털 공간을 열었으며, 이제 우리는 그 0.2초 동안 디지털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융합을 통해 전 인류 역사 중 가장 빠른 그리고 가장 욕망의 소용돌이에 걷잡을 수 없는 시공에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인류는 역사를 통해 배운 교훈을 통해, ‘존재의 가치’라는 객체를 이 혼란에서 분리하고, 이성화 과정을 통해 허구로 배불러지고 탐욕으로 부패한 비이성에는 삭제 버튼을 눌러 그 상태의 존재 연속성에 영원한 고별을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유사한 혼돈이 다시 발생하는 것은 막지 못하다고 할지라도 상실된 이성의 객체를 복구해 인류라는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새로운 사조에 맞는 처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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