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출판사 은행나무
출판일 2020.04.20.
페이지 264p
※ 퇴계기념도서관, 율곡도서관 보유
‘꿈’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있다. 마음만큼은 꼭대기에 있지만, 현실은 바닥에 있어 하루하루 계단을 쌓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책 속의 ‘혜나’와 ‘고태경’의 삶은 우리가 어딘가에서 본 듯하면서, 곧 수많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흥행에 실패한 독립영화 감독 ‘혜나’는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에서 촌철살인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소위 ‘GV 빌런’인 ‘고태경’을 만나게 된다. 혜나는 일침을 놓듯 고태경을 쏘아붙이지만, 이후 그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의 조감독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혜나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렇게 끈질긴 설득 끝에 고태경은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유명 감독의 조감독을 지냈지만, 지금은 실패한 감독이자 ‘GV 빌런’에 지나지 않는 남자의 일생이 카메라에 담긴다. 공통의 꿈인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은 이어진다.
‘영화’는 결정의 순간이 유난히 많다. 장면마다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채 되돌리기 어려운 수많은 결정을 내리는 일이 감독의 손과 입에 달려 있다. 그 누구라도 과정보다 먼저 결과를 알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책은 이미 결과를 보여준 채 이야기를 시작한다. 혜나와 고태경은 실패를 겪은 감독들이다. 실패가 두려운 ‘우리’에게 작가는 실패를 겪은 주인공을 내세운다. 여러 분기점과 실패를 말한다. 두려움과 막연함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혜나’와 ‘고태경’에게, 수많은 ‘지망생’에게 최선이 무가치하게 다뤄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을 준다. 실패를 모르는 사람이 실패를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실패한 화자는 눈부신 존재가 될 수 있다.
‘혜나’는 ‘GV 빌런’인 ‘태경’을 주인공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까? 영화는 흥행에 성공할까?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로 책장을 넘겨보자. 그래도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다경 기자 ekrud9874@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