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그림의 힘
  • 김선현 작가
  • 승인 2018.11.22 11:04
  • 호수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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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주어진 현실을 극복하는 힘
▲ 파울 클레, 황금 물고기, 1925
▲ 파울 클레, 황금 물고기, 1925

<슈퍼스타K> <K팝스타> TV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참 다양한 도전자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선 사람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국내외 오디션 합격자 중엔 가정형편 때문에 고시원에서 먹고 자면서도 기타를 놓지 않은 사람도 있고, 노래하겠다는 꿈을 잠시 접은 채 배관공, 피자집 아르바이트 등 생계에 매진해온 사람도 있습니다. 휴대폰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가 된 폴 포츠, 그리고 47세의 나이에 장애와 외모에 대한 편견까지 모두 딛고 세계적 가수로 우뚝 선 수전 보일이 대표적이지요.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두의 가슴 속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이라는 씨앗을 퍼뜨리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도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없이 어둡고 깊은 심해, 생명의 온기라고는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이곳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색깔만 도드라지는 것이 아니고 크기도 커다랗습니다. 분명 나머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자란 물고기일 텐데, 가장자리로 시선을 돌리고 어둠에 묻혀 있는 다른 물고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어둡다고 힘들다고 주변 환경을 회피해버린 게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묵묵히 극복하여 마침내는 한가운데 중심이 되어 있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사람들 모두 마음이 힘들 때가 많지만, 다른 이들과 비교하여 내가 처한 환경과 처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특히 극복이 힘든 것 같습니다.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억지로 주어진 상황에 대한 원망과 미움 때문이지요.

저를 찾아오는 분들 중에도 자기 상황과 환경에 대한 생각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남들은 부모님이 돈을 다 대주시는데 나는 내가 벌어서 공부를 해야 했다는 사람부터, 직장생활을 하는데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승진한 이유는 이 있어서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청소년들은 외모에 대한 불평도 많이 합니다. 나는 머리가 크고, 여드름도 많고, 부모님 키를 닮아 키도 작다고요.

하지만 오디션 스타들이 나는 가난하니까, 몸이 불편하니까, 배관공이니까 라며 아무 시도도 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 상태에 머물렀겠지요.

환경은 내게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나를 통해서 환경이 나아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깜깜한 바다에 빛이 되는 저 황금 물고기처럼요. 미술치료에서도 어려운 환경에 대한 원망이 들 때는, 내가 현실에서 가장 가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나의 장점과 단점을 그림으로 표현해봅니다. 또는 나만의 라이프스토리를 칠판에 자유로운 그래프로 표현해보기도 합니다. 내가 해왔던 것을 분리해서 어떤 것이 나를 이루는지, 전환점이 됐는지를 짚어볼 수 있습니다.

넌 그렇지 않아. 좋은 점이 많아라고 알려주는 것보다, 결국 스스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이렇게 나의 진정한 현실을 인식한 다음, 그렇다면 이 현실 속에서 내가 직접 해야 될 것은 무엇인가를 그려봅니다. 점토로 만들어보거나 그림을 그리고 꾸미다 보면, 마냥 원망하고 앞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발견되곤 하지요. 즉 환경이란 내가 어디를 갈 수 있을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시작할지를 결정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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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acodm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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