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어떤 카메라를 사면 좋아요?’입니다. 이럴 때마다 ‘예산에 맞는 카메라를 구매하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요즘 카메라들이 매우 상향 평준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질문들을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목적보다는 범용으로 사용할 목적이 대부분이시죠. 그래서 범용으로 쓸 수 있으면서도 괜찮은 카메라가 필요한데, 요즘 대부분의 카메라가 그러합니다. 그래서 그냥 가격에 맞춰 구매하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중요한 점은 각자 생각하는 좋은 카메라의 기준이 모두 다르다는 점입니다. 예전 카메라를 처음 잡게 되었을 때 제게 좋은 카메라의 기준은 크고 폼나는 카메라였습니다. 들고 다니면 한 번쯤 돌아볼 만큼의 큰 카메라. 이 카메라를 메고 다니면 사람들이 전문가로 볼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사진을 직업으로 삼고, 많은 사진을 찍다 보니 좋은 카메라의 기준이 점점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지금의 제가 과거의 저에게 카메라를 추천해준다면 아마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 할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개인의 기준은 모두 다릅니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기준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좋은 카메라란 무엇일까요? 좋은 카메라는 단연코 좋은 사진을 찍어낼 수 있는 카메라입니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들을 갖춰야 할까요.
첫 번째 가벼워야 합니다. 카메라가 너무 무거우면 오랫동안 가지고 다니기 힘들고, 촬영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촬영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카메라가 순간을 담는 도구라면, 이런 무거운 카메라는 그 목적을 상실하게 됩니다. 물론 카메라가 무거운 이유는 그 안에 더 많은 기능이 탑재돼 있거나 사진이 담기는 면이 커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스냅을 담거나 처음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이라면 무거운 카메라는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중고시장을 보면 장롱에 오랫동안 있었다는 카메라들이 나오는데, 이 경우들이 대부분 이런 경우입니다. 일단 카메라는 자주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두 번째 좋은 카메라의 기준은 작고 단순함입니다. 일단 크면 가방에서 꺼내기도 힘들고, 들고 돌아다니려면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그리고 뭔가를 찍게 될 때 큰 카메라를 꺼내면 다른 이들도 신경이 쓰이게 되고, 이 신경이 포토그래퍼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 놓고 사진을 찍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카메라는 가방 안에서만 잠자고 있게 됩니다. 그래서 카메라는 작아야 하고, 카메라의 기능은 단순해서 사진을 찍는 데 집중이 돼야 합니다. 이렇게 작고 단순하게 만들어서 유명해진 카메라가 바로 독일에서 만들어진 ‘라이카(LEICA)'입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는 브랜드는 다 그 이유가 있답니다. 라이카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직관적이고 단순하고 작음은 매우 큰 장점이 됩니다. 하지만 요즘 라이카가 아니더라도 미러리스 시장이 커지면서 작고 성능 좋은 카메라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세 번째 좋은 카메라의 기준은 손에 익은 카메라입니다. 이건 카메라의 구매보다는 구매한 카메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이야기입니다. 혹시 구매하셨던 카메라가 있었다면 혹시 이 카메라의 모든 기능을 다 알고 있는지 한번 돌이켜봐야 합니다.
카메라는 수많은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 없는 기능은 없습니다. 메뉴 버튼 하나에도 수많은 기능이 숨겨져 있고, 대부분의 버튼은 2개 이상의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카메라에는 우리가 직접 메뉴 전체의 기능을 조작하는 커스텀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카메라를 구매하면 대부분 셔터와 on/off 기능, 그리고 LCD 화면만을 활용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핸드폰 카메라에도 수많은 수동 기능들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핸드폰 카메라도 그럴 텐데 요즘 나오는 미러리스나 DSLR은 어떨까요?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손에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장롱 속 놀고 있는 카메라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내 손에 익혀보세요. 아마 엄청난 사진을 얻게 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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