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많은 분이 사진을 잘 찍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사진을 잘 찍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요구됩니다. 그래서 각자 사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이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lighting)’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사진에서 모든 사물은 빛에 의해 기록되고, 어둠에 의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영어로 ‘photography’입니다. 이 단어는 빛을 의미하는 ‘phos’와 그린다는 뜻의 ‘Graphos’의 합성어입니다. 즉 사진은 ‘빛을 그리다’ 혹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니 참 낭만적인 단어죠. 그래서 사진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말은 굉장히 직설적인 말입니다. 검고 캄캄한 상자에 구멍을 뚫어 그곳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맺힌 상을 기록하는 것이 카메라의 원시적인 모습이니까요.
이렇게 단어의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진에서 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먼저 빛은 촬영 수단입니다. 빛이 없으면 사진이 찍히지 않습니다. 그와 함께 매우 좋은 표현 수단입니다. 빛은 카메라의 노출을 결정합니다. 빛이 많이 들어오면 사진은 밝아지고, 적게 들어오면 사진은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밝은 대낮에도 카메라는 어두운 사진을 담아낼 수 있으며, 밤에도 밝은 사진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밝기와 톤의 차이로 작가의 의도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진은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기도 하지만, 빛을 조절해 초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내거나 주관적인 느낌을 담아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빛은 하나의 소재로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빛 내림을 담을 수도 있고, 태양을 정면으로 찍어 플레어를 담을 수도 있습니다. 또 늦은 오후 길게 들어온 빛의 한 조각을 담을 수도 있지요. 또 이와 반대로 그림자를 담을 수도 있습니다. 오후에 길게 들어온 빛의 한 조각을 담기 위해서는 나머지 공간에 그림자가 있어야지만 가능한 사진입니다. 이렇게 사진에서 빛과 그림자는 상생의 관계에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생각할 때 빛과 그림자는 반대의 개념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빛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림자가 한 화면에 있으면 좋고, 그림자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빛이 한 화면에 있어야 그 표현이 극대화됩니다. 그렇게 해서 빛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 빛에도 굉장히 많은 종류의 빛이 있습니다. 이러한 빛들을 이해하고 촬영을 한다면 훨씬 멋진 사진들을 담을 수 있습니다. 일단 광질에 따라 딱딱한 빛과 부드러운 빛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맑은 날 오후 1~2시에 밖에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에 그림자가 지면서 강한 빛의 느낌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한 빛이 딱딱한 빛이에요. 그에 반해서 구름이 많은 흐린 날 사진을 찍으면 생각보다 사진이 부드럽게 잘 나오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이러한 빛이 부드러운 빛이에요. 내리쬐는 강한 햇빛을 구름이 한 단계 순화시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빛을 순화시켜주는 도구들이 있으면 빛은 부드러워집니다. 창문도 그런 역할을 하고 사진 스튜디오에 가면 조명 앞에 씌워진 사각 소프트 박스들을 보셨을 텐데, 그것들도 빛을 순화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에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서도 빛의 종류가 나뉘기도 합니다. 피사체를 기준으로 정면에서 들어오는 빛을 순광, 뒤쪽에서 들어오는 빛을 역광, 좌우 측면에서 들어오는 빛을 측광, 45도 각도에서 들어오는 빛을 사광이라고 부릅니다. 이 모두는 그 특징과 쓰임새가 모두 다릅니다. 지면의 한계가 있어 모두 다 설명을 하긴 힘들지만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순광의 경우에는 피사체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줍니다. 대신 빛이 정면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평면적인 사진이 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모든 굴곡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람이 약간 퍼져 보일 수 있답니다.
이에 반해 측광이나 사광의 경우는 피사체를 굉장히 입체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빛이 측면이나 45도 각도로 들어오기 때문에 얼굴에 빛이 들어오는 부위와 그림자가 생기는 부위가 확실해집니다. 그래서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순광보다는 이렇게 옆이나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들을 많이 활용하는 편입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사광을 잘 활용하면 유명한 ‘램브란트 라이트’를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램브란트 라이트’란 네덜란드 화가였던 램브란트가 본인의 자화상 및 그림을 그릴 때 즐겨 사용한 빛을 의미합니다. 주로 초상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고 인물을 입체적으로 담아주는 빛이랍니다.
오늘은 빛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사실 빛은 사진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렇게 한 편의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우리가 평소 사진을 찍을 때 빛은 항상 존재하기에 간과하기 쉬운 부분임을 알고, 빛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본다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