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카메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카메라를 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웃포커스입니다. 이 아웃포커스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아웃포커스, 그러니까 배경 흐림.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곳에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 배경들은 흐려지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이러한 배경 흐림 효과를 선호하는 이유는 피사체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쨍한 사진은 이러한 배경 흐림 효과가 들어간 사진을 의미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럼 배경 흐림 효과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배경 흐림 효과는 조리개의 수치와 거리와 관계가 있습니다. 조리개가 개방될수록 즉 조리개 수치가 작아질수록 배경 흐림은 더 심화됩니다. 그런데 조리개가 더 많이 개방되게 하기 위해서는 렌즈의 구경이 더 커져야 하고, 더 무거워져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조리개가 더 많이 개방되고, 배경 흐림이 더 많이 되는 렌즈일수록 가격은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싼 렌즈를 구매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거리. 피사체와 뒷배경 사이에 거리가 멀면 멀어질수록 배경은 더 흐리게 촬영이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배경효과를 선호할까요.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사진은 흔히들 뺄셈의 미학이라 이야기합니다. 미술작품은 캔버스 위에 하나씩 채워 넣는 작업이지만, 사진은 이미 있는 세상을 잘라서 프레임 안으로 집어넣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사진은 찍고자 하는 주제를 위해 필요 없는 것들을 빼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일반 스튜디오에서 배경을 무지나 하얀색을 사용하는 경우도 피사체를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즉 사진에서 필요 없는 배경들을 없애는 기본적인 작업인 것입니다.이 배경을 정리하는 작업은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야외에서는 어떻게 배경을 정리해야 할까요?
거기에는 2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단순한 배경을 찾아서 촬영하는 방법입니다. 단순한 배경을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벽이라던지 건물이라던지. 피사체가 돋보일 수 있는 색상과 모양이 있는 단순한 배경을 찾아보세요. 이러한 배경 앞이라면 훨씬 더 피사체가 돋보이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 방법은 조리개와 거리 등을 활용해서 배경 흐림을 하는 방법입니다. 즉 배경 흐림은 단순히 피사체가 쨍하게 나오게 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배경을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 흐림 효과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파리로 놀러 가서 사진을 찍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에펠탑 앞에서 예쁘게 사진을 찍는데 조리개를 최대 개방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아마 앞에 같이 간 친구는 아주 예쁘게 나오겠지만 뒤편에 있는 에펠탑은 모두 날아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진과 명동에서 찍은 사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사진은 기본적으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얼마나 많이 담아내느냐는 오로지 사진가의 개인적인 선택입니다. 뒷 배경을 흐리게 해서 사진의 정보보다는 피사체에 집중하게 할 수도 있고, 뒷 배경까지 선명하게 촬영해 사진의 정보를 많이 담는 방법이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해외여행 인증샷 같은 경우에는 더 많은 정보를 담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배경을 선명하게 촬영하는 것들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무조건 배경 흐림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건 촬영자의 정확한 의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