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사진의 도구성입니다. 첫 시간에도 이야기했지만 사진은 시각언어이자 표현 도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의 기계적 성능이나 단순히 예쁜 사진에 만족하기보다는 어떤 것들을 표현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재미를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어떤 주제를 잡고 사진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취미로 즐기는 수준이라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작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으로 일기를 쓸 수도 있겠고, 매일매일 일상을 꾸준히 담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여행 사진을 시리즈로 담아보는 재미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한 이웃은 오래된 간판들만을 찾아서 사진으로 담는 분이 계십니다. 또 길가에 있는 의자만 찍어 올리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한 사진들은 보는 이도 재미있고 다음 편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렇게 작가와 관객은 관계를 형성해 나갑니다.
또 우리는 사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화가나 사진가 중에는 자신의 모습을 직접 담는 자화상(self-portrait)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계속 모델을 구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자화상을 그리거나 찍는 행위는 본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얼마 전까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사진 수업을 진행했었습니다. 포토 콜라주 방식으로 자신의 자화상(self-portrait)을 만드는 이 사진 수업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많은 영감을 일으켰습니다. 본인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를 나타내거나 극복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발견해 이미지를 완성하는 방식이었거든요. 이러한 일련의 행위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보듬게 됩니다. 또 포기하고 있었던 꿈을 비로소 각성해 진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사진은 우리에게 많은 재미와 의미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언어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즉 의미의 생성과 전달,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도 말 그대로 언어.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기초 문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시간에 말씀드린 여러 가지 내용들, 그리고 카메라를 조작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 사진을 분석하는 여러 가지 시각적 요소들 등이 사진 언어의 문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를 배우듯 기본 단어와 문법을 익히고, 응용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언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현지로 여행을 가거나, 원어민과의 대화를 추천하듯 사진 역시 많은 사진과 그림을 보고, 느끼고, 찍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갤러리나 전시회 등을 많이 다니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많이 보면 작가들의 표현방식을 은연중에 느끼고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연습을 ‘시각적 근육을 키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시각적 근육을 키우면 시각적으로 매우 단단해집니다. 오브제 의미의 확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더 다양한 색감에 신경 쓰게 되고, 다양한 형태에 신경 쓰게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시선들은 관찰을 기반으로 하고, 우리는 점점 관찰력이 높은 사람이 돼갑니다. 그리고 높은 관찰력은 삶을 더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사진은 그런 면에서 매우 매력 있는 도구입니다.
8회에 걸쳐 간단히 사진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 지면의 한계상 빙산의 일각만큼 이야기를 꺼냈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좁쌀만큼만 이라도 시선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면 이 보다 좋은 것은 없겠죠.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멋진 사진 활동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