⑲ 새로운 일상에서 느껴지는 낯섦
⑲ 새로운 일상에서 느껴지는 낯섦
  • 천미르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22 14:54
  • 호수 1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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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강의 진행과 사적 모임 제한 완화와 함께 시작된 새로운 학기. 너무나도 오랜만에 겪는 일상이라 이런 상황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막상 일상이 다가오니 하고 싶었던 것들도 딱히 떠오르지 않고, 가고 싶었던 곳들도 딱히 엄청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지 않는다. 그동안의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 다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자니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두렵기도 하다. 복잡 미묘한 요즘이다.

Comethru - Jeremy Zucker

너무 오랜만에 다시 일상생활을 시작하려니 어쩔 줄 모르는 상황.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이런저런 일도 해보고, 여기저기 들러보기도 하지만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편안한 기타 사운드와 핑거스냅 사운드로 잔잔한 분위기를 연출한 첫 번째 추천곡 `Comethru'이다. 급작스럽게 변한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대변해준다고 생각된다. 다양한 사운드로 다채로운 느낌을 전달하기보다는 몇 가지 사운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편안한 보컬로 곡 전반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함 가득한 캠퍼스를 이 노래와 함께 돌아다녀 보는 것은 어떨까.

 

 A Letter to My Younger Self - Quinn XCII, Logic

입학하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중고 신입생. 기분은 좋긴 한데, 화면상으로만 봤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고 강의실에도 처음 가보는 이 상황에 약간은 겁도 난다. 실제로 만나봤던 친한 선배도 없어서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가득하다. 마이너 코드로 연주되는 피아노 사운드로 진행되는 벌스는 고민 가득한 가사와 함께 약간은 우울하게 시작되지만, 훅으로 넘어가면서 밝은 분위기로 전환된다. 훅에서의 전자음, 브라스 사운드와 같은 다양한 효과로 환기를 시켜주고 고민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무엇인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전달해준다. 괜스레 겁먹지 말고 그동안 즐기지 못했던 대학 생활을 제대로 시작해보려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곡이다.

 

High - 지다(feat. Rachel Lim)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일상에 그동안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긴 했지만, 언제 다시 상황이 악화해 예전의 마음껏 나갈 수 없는 순간이 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곡이다.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지난날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 때문에 다시 찾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사람들은 이 순간이 계속되기를 간절히 희망할 것이다. 황홀함에 취한 듯한 곡의 분위기는 회복된 일상이 주는 행복을 표현한 듯하고, 몽환적이면서도 마냥 밝지만은 않은 느낌은 앞서 언급한 약간의 두려움을 담고 있는 듯하다. 깨끗하게 떨어지는 사운드보다는 전체적으로 울려 퍼지는 듯한 마스터링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배가시켜준다.

 

뒹굴뒹굴 - 선우정아

자취방에서 종일 편하게 지냈던 이 순간이 끝이라니. 질병이 퍼지는 이런 상황은 안타깝지만, 집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고 이불속에서 만끽하는 여유를 이제는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집돌이들과 집순이들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함께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휴대전화로 유튜브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이 시간이 집돌이 집순이에게는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남들은 알까. 듣기만 해도 나른해지는 선우정아의 보컬과 과한 느낌 전혀 없는 베이스 연주, 훅에서 반복되는 전자음까지 편안한 느낌만이 가득한 곡이다. 평일과 주말의 차이 따위 생각지도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던 순간을 포기해야 한다 생각하니 한숨이 쉬어지는 귀차니즘에 빠진 이들에게 최고의 곡이 아닐까.

 

Circles - Post Malone

지금의 일상이 정말 예전의 그 일상일까. 여전히 마스크는 껴야 하고, 혹시나 확진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마음 한구석에 항상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생활도 적응했지만, 영영 마스크 없이 밤새워 놀 수 있었던 과거로 돌아가지는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잔잔한 베이스 연주와 과하지 않게 비트를 연주하는 드럼 사운드 위에 얹어지는 포스트 말론의 보컬은 러프한 느낌을 주면서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쿠스틱 기타의 반복적인 리프가 곡의 가사와 제목처럼 쳇바퀴를 도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자취방에 가만히 앉아서 오랜만에 겪는 일상을 돌아보는 순간에 어울릴 만한 곡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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