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본격적인 아침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에 몰리기 시작한다. ‘러시아워(Rush Hour)'라고 불리는 시간대를 뚫고 사무실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본다.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학교에서는 원격 수업을 하고 직장인들은 집에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으니 러시아워도 극히 일부에게 해당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했다.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원격으로 다른 사람들과 이어지는 중이다. 저 멀리 해외에 있는 사람들까지 글로벌 미팅도 가능해진 시대가 아닌가.
간혹 영화에서도 이러한 장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텅 빈 회의실에 앉아있는 ‘에그시’와 ‘킹스맨’의 수장 ‘아서’.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킹스맨 요원들이 특수 안경을 쓰고 나니 한눈에 보인다. 회의가 끝이 나고 안경을 벗으면 이내 사라지는 이들의 모습은 3D 홀로그램으로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2015년 작품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더불어 홀로그램 미팅을 가장 많이 다룬 작품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손꼽을 수 있겠다. <어벤져스>의 경우 머나먼 저 우주 너머의 ‘캡틴마블’까지 소환해내지 않았던가. 아무런 장애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은 3D 홀로그램 기술뿐 아니라 5G 네트워크를 뛰어넘는 통신 장비겠다.
생각해보면 <아이언맨>에 등장했던 토니 스타크의 말리부 저택 작업실에서도 이러한 홀로그램이 자주 등장했다. 인공지능(AI) 비서인 ‘자비스’를 불러내 복잡한 설계도를 들여다보거나 지도 같은 것을 확인할 때마다 눈앞에 나타나던 모든 것들이 대다수 입체형에 가까운 리얼 홀로그램이었다. 홀로그램(Hologram)은 실물이 전혀 없는데도 입체적으로 보이는 ‘상(像)’을 말한다. 통상 지폐나 특정 카드 위에 위조물 구별을 위해 만든 평면형의 작은 기록물을 홀로그램이라고도 하는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입체형 홀로그램은 공상과학물에서나 가능할법한 ‘허공 영상’이라고 봐야겠다.
<어벤져스>는 실시간으로 팀원 간 의사소통을 이루는데 홀로그램 기술은 물론이고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이라고 할 만큼 입체적인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텔레포테이션을 ‘순간이동’이라 말하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합쳐 홀로포트 테크놀로지라고 한다. 3D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기술인데 3D 스캔을 선행한 뒤 디지털로 압축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하면 필요한 현장에서 수신해 다시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다만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 수분이 소요될 수 있다. 최근의 사례를 들어보면, ‘NASA’ 소속 전문의사인 요제프 슈밋이 지구 바깥에 존재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3D 홀로그램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뉴욕포스트』에서는 이 모습을 보고 “마치 스타트렉의 한 장면 같다”라고 했을 정도다. <킹스맨>처럼 특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어벤져스>와 같은 현실감 없이 조악한 모습을 보이기는 해도 <킹스맨>처럼 특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다만 현재의 통신 기술로는 20분간의 소통 지연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니 얼마나 놀라운 발전인가?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재된 혼합현실 디스플레이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홀로렌즈(Hololens)가 홀로포트의 대표적 기술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육군과 계약을 맺고 군용 홀로렌즈로서 고도화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현존하는 기술로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해내기는 어렵겠지만 발전을 거듭하는 기술을 실감할 수 있다. 홀로그램 기술이 더욱 진화하면 단순한 소통을 넘어 군사 전략의 고도화나 실질적인 비대면 원격 진료 그리고 문화 콘텐츠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